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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신개념 K-도하”…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 실전 배치됐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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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6 10:00:00 수정 : 2024-06-16 10: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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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는 것.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도하작전은 군대에서 가장 어려운 작전이었다.

 

보트부터 뗏목, 부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하 수단이 개발되어 실전에 쓰인 것도 도하작전이 난도가 매우 높은 임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였다. 육군 기계화 장비는 무거워지고 속도도 빨라졌지만, 기존 도하장비는 이같은 추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중장비들을 도하시킬 수 있는 자주도하장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이유다.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제7공병여단 훈련장에서 열린 자주도하장비 전력화 행사에서 KM3(수룡)가 운용 시범을 위해 입수하고 있다. 남양주=뉴스1

한국 육군도 자주도하장비 도입을 추진, 지난 12일 KM3 ‘수룡’ 자주도하장비 첫 전력화 행사를 치렀다. 

 

KM3는 별도 장비 지원 없이 땅과 하천에서 움직이며, 부교(다리)나 문교(뗏목)로 연결해 전차 등의 신속한 하천 도하를 돕는다. 육군 공세작전 핵심인 7기동군단을 비롯해 각 군단과 해병대의 작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KM3 전력화

 

육군은 1992년부터 미군의 리본부교(RBS)를 들여와 하천도하에 쓰고 있다. 하천에 진수돼 펼쳐지는 모습이 리본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리본부교라 불린다.

 

리본부교는 부력이 강한 부교 교절을 예인력이 강한 교량 가설 단정으로 이어 붙인다. 이를 통해 부교 또는 문교를 만들어 병력과 차량, 전차 등을 도하시킨다.

 

육군 도하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단점도 적지 않았다. 설치에 많은 시간과 병력이 소요되고 수량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제7공병여단 훈련장에서 열린 자주도하장비 전력화 행사에서 KM3(수룡)가 입수를 위해 물가에 접근하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일부 전방군단에선 미군 장비 지원을 받기도 했다. 한반도 유사시 공세작전을 진행할 때 북한 주요 지역에 있는 하천을 독자적으로 도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북한군이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는 전쟁의 장기화로 이어진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육군은 2006년부터 자주도하장비 사업을 추진했다. 자주도하장비는 기갑장비가 하천을 빨리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여러 대가 연결되어 교량처럼 쓸 수 있고, 1대로도 일종의 뗏목처럼 전차 등을 싣고 강을 건널 수 있다. 리본부교보다 시간 및 인력이 훨씬 적게 든다.

 

육군 입장에선 반드시 진행해야 할 사업이었지만, 실제 추진은 순탄치 않았다. 

 

10여년 전 사업 초기엔 독일 회사인 제너럴 다이내믹스 유로피언 랜드 시스템즈(GDELS) M3와 프랑스 CEFA의 EFA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예산 문제와 사업추진 방식 등에 대한 논란으로 전력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후 육군은 사업 재개를 추진했으나 자주도하장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육군 관계자는 “하천이 많은 한반도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며, 신속한 병력 수송을 위해서는 자주도하장비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2016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해외업체와의 기술협력생산을 통한 업체 주관 국내 연구개발로 추진방식이 결정됐다.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제7공병여단 훈련장에서 열린 자주도하장비 전력화 행사에서 K2 전차가 KM3(수룡) 위에 올라 북한강 문교(뗏목) 도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남양주=뉴스1

사업에는 한화디펜스(現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뛰어들었다.

 

한화 측은 한화디펜스가 삼성테크윈이었던 시절부터 유지했던 GDELS와의 협력관계를 토대로 M3를 국산화한 것을 제안했다. 독일, 영국,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도 운용중인 검증된 장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M3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됐고, 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대 연합훈련인 ‘아나콘다’에서 350m 부교를 가설해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구축시간은 문교(2대)는 10분 이내, 부교(8대)는 20분 이내에 불과하다.

 

현대로템은 영국 BAE 시스템즈와 튀르키예 FNSS가 공동 개발한 AAAB를 개량·국산화한 것을 제안했다. 

 

8개의 바퀴를 지닌 차량으로서 펑크가 나도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와 지형에 따라 바퀴 공기압을 자동 조절하는 공기압자동조절장치(CTIS), 수상 주행 간 360도 회전이 가능한 펌프제트 등을 탑재했다.

 

양측의 경쟁에서 방위사업청은 한화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12월 한화 측을 자주도하장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2021년 8월 계약을 맺었다.

 

한화 측은 M3의 기술을 이전 받아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KM3를 개발·생산했다. M3를 수입한 국가 중 직접 생산에 나선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첫 양산 제품은 해외 부품을 조립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향후 선체 구조물 등 1380종의 부품을 국내 제작해 국산화율을 90%까지 높일 예정이다.

지난 2022년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2)에서 한화 측이 공개한 개량형 리본부교 모형. 박수찬 기자

이는 2027년 7기동군단 도하단에 KM3를 배치한 이후 발생할 후속군수지원 문제를 신속하게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M3는 평소에는 차량 형태로 운용한다. 도하작전 지원 시 문교(뗏목)나 부교(교량) 형태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리본부교보다 설치 시간은 약 60~70% 단축되며, 운용 인원도 최대 80%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본부교과의 연동도 가능해서 도하작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군 특성에 맞춰 디지털 패널, 냉난방 장치, 전후방 카메라 등을 설치했으며 방탄유리, 화생방 방호 기능을 갖춰 승무원의 생존성을 높였다.

 

KM3 개발과 생산 경험은 한국 육군의 도하능력을 높이는 신형 장비 확보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육군 관계자는 “기존 리본부교의 성능을 높이는 리본부교-II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라며 “리본부교-II는 미래 무기체계의 중량과 크기 증가 추세를 고려해 기존 대비 성능이 향상된 장비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2년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2)에서 한화 측은 개량형 리본부교 축소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소요결정과 선행연구 등은 완료된 상태였다. 대략적인 개발비와 양산비도 산출됐다.

 

탑재차량은 기존 5t 트럭보다 대형화된 바퀴 8개짜리 특수차량으로 바뀌었다. 길이는 210m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자주도하장비를 활용하면 더 길어질 수 있다.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제7공병여단 훈련장에서 열린 자주도하장비 전력화 행사에서 KM3(수룡)가 운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뉴스1

◆대북 공세작전서 핵심 역할 맡을 듯

 

KM3의 전력화는 7기동군단을 비롯한 육군 기계화부대 기동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 지역에서의 공세작전에선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 육군이 평양과 영변, 함흥 등으로 진격하려면 다수의 하천을 지나야 한다. 특히 임진강, 예성강, 서흥강, 황주천, 남강, 청천강, 비류강, 대동강, 남대천, 금야강, 금진강, 성천강은 북한 내륙에서 주요한 하천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북한의 교량 상태는 열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부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전차는 물론 중대형 트럭이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그나마 남은 교량도 북한군이 폭파할 가능성이 크다. 하천을 빠르고 안전하게 건너는 도하작전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하천의 유속과 폭이다. 서부전선에 있는 대동강, 청천강 등은 폭이 들쭉날쭉하고 길이가 길며 임진강, 예성강은 유속이 빠르다. 동부전선의 남대천, 금야강 등도 유속이 빠르다.

 

도하작전에서 리본부교를 이용해 문교를 만들어 도하할 때, 하천 유속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유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수송능력은 떨어진다.

 

장마철에 하천 유속이 더욱 빨라지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리본부교의 경우 하천 유속이 초속 1.5m가 되면 K2 전차 이동이 제약을 받는다.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제7공병여단 훈련장에서 열린 자주도하장비 전력화 행사에서 K21 장갑차들이 KM3(수룡) 위를 지나 부교도하훈련을 하고 있다. 남양주=뉴스1

자주도하장비는 유속이 이보다 훨씬 빨라져도 K2 전차 수송에 제한이 없다. 7기동군단의 핵심 전력인 K2 전차가 북한 지역에서 이동에 제약을 받을 위험이 낮아지는 셈이다.

 

육군이 KM3를 하천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지상작전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무기체계로 주목하는 이유다.

 

도하작전이 가능한 지역도 넓어질 수 있다. 리본부교는 교량가설단정과 교절을 강에 띄우려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이 부족하다면 도선장(하천, 호수, 해협 등의 폭이 좁거나 얕아서 건너기 쉬운 곳)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는 도하작전 가능 지역을 좁혀서 적군이 도하 지점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반면 KM3는 별도 도선장을 만들 필요가 없고, 지상 이동 후 곧바로 하천에 들어갈 수 있다. 설치시간이 단축되고, 도하가능 지역도 넓어진다.

 

일각에선 KM3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새로 개발할 리본부교-Ⅱ가 KM3와 상호연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작전에 융통성이 생기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며, 길이가 긴 부교도 빠르게 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휴전선에서 평양, 영변 등에 이르는 지역 사이에 놓인 하천들은 한국군의 진격을 가로막는 천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KM3 전력화로 하천의 방어적 효과는 크게 떨어지게 됐다. 

 

그만큼 한국 육군과 해병대의 위력은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전투지원전력의 강화가 전력증강 효과로 이어지는 사례를 더욱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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