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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환경이 곧 생산성 향상… 더 많은 쉼 제공” [심층기획-출생률, 유연 근무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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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7 05:01:00 수정 : 2024-06-17 02: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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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확대 이유 들어보니

일하기 좋은 회사 선정된 컨설팅 업체
“1년에 몇 번이고 전일·시간제 변경 가능”
IT 업체 CEO “2025년 주4일 전면 실시”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운용하면 사용자로서 관리가 어렵지 않나요?”

 

네덜란드 컨설팅 업체 블루브릭스와 정보기술(IT) 업체 AFAS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에게 한국 기자가 끈질기게 물어본 질문이자 이들이 가장 답하기 어려워했던 질문이다. 물어볼 때마다 CEO들은 질문의 의도가 뭔지 반문했고, 예상보다 다소 투박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일자리와 유연근무제는 수십 년에 걸쳐 사회에 스며든 일종의 근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전일제 근로를 표준으로 여기는 한국 입장에서 문제라 생각한 부분이 이들에겐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바스 판 더 펠트 AFAS소프트웨어 CEO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동북쪽으로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알펀안덴레인 지역에 있는 블루브릭스 사무실은 숲 속에 지어진 별장 같은 외관을 자랑했다. 새가 지저귀는 녹음 속에서 나타난 로날트 판 스테이니스 CEO는 2007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다. 그는 “네덜란드는 자연 보호를 위해 사무실을 도심 안에 두도록 제한하고 있어서 이곳에 터를 잡을 때 정부에 요청해 특별히 예외 규정을 얹어 내야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직원 수 145명의 중소기업인 이 컨설팅 기업은 지난해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 기관인 미국 GPTW에서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그 핵심에는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이 있다. 직원들은 최소 주당 32시간을 일해야 하지만 35시간 이하인 시간제로 일할지 40시간 전일제로 일할지는 근로자가 정할 수 있다. 법규상 근로자가 4개월 전 사용자에게 고지하게 돼 있는데 블루브릭스는 이 기간을 한 달로 줄였다.

 

로날드 판 스테이니스 블루브릭스 최고경영자(CEO)

로날트 CEO는 “1년에 몇 번이고 전일제와 시간제를 오갈 수 있다”며 “현재 직원 21%는 시간제고 그중 70%는 여성이며, 이들 중 절반은 유자녀지만 절반은 무자녀”라고 했다. 관리의 어려움을 묻자 그는 “사용자로서 전일제 근로자를 관리하기 쉬운 것은 맞다”면서도 “창의적인 환경이 업무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일제만 고수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AFAS소프트웨어에서 만난 CEO 및 임원진들도 창의력이 곧 생산성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1996년 설립된 직원 700명의 IT 회사인 AFAS소프트웨어는 GPTW에서 3년 연속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2세 경영인인 바스 판 더 펠트 CEO는 과로의 기준에 대해 “일 근무 8시간 이상”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다만 우리 회사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근로 시간에 구애받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로 시간이 길어서 번아웃(심신 탈진)을 느끼는 직원은 없다는 의미다.

 

바스 판 더 펠트 AFAS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

AFAS소프트웨어에서는 직원의 24%인 170여명이 주당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그중 대부분은 32시간만 일한다.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치면 4일제인 셈인데, 내년 1월부터는 주 4일제를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바스 CEO는 “전일제와 시간제 구분이 현재도 거의 안 된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전일제를 운용하는 게 관리 면에서 편할 수는 있으나 신뢰를 바탕으로 운용되는 기업이기 때문에 모든 판단을 근로자에게 맡긴다”고 설명했다. 전일제건 시간제건 근로 형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4일제가 근로자들 요구냐는 질문에 바스 CEO는 “경영진의 제안”이라고 했다. 그는 “더 많은 쉼의 공간과 시간이 더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요일에 회사 문을 닫기로 한 것”이라며 “회의 수를 줄이고, 인공지능(AI) 업무 툴을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펀안덴레인·뢰스덴=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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