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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일해도 서울에서 냉면 못 사먹는다고요?”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24-06-17 05:00:00 수정 : 2024-06-17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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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내년 최저임금 1만1000원 이상 돼야” vs “올리면 망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직장인과 자영업자 간의 견해차가 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시급 1만1000원 이상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대다수 자영업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하 또는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냉면 전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17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도 최저시급이 1만1000원(월 23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7.8%였다.

 

구체적으로 1만1000원(월 230만원)이 40.4%로 가장 많았고 1만원(월 209만원) 이하 22.3%, 1만2000원(월 251만원) 16.5%, 1만3000원(월 272만원) 이상 10.9% 순이었다.

 

1만1000원은 올해 최저임금(9860원)보다 11.6% 인상된 금액이다. 물가 인상으로 실질 임금이 줄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8.5%가 '매우 동의한다'(39.5%) 또는 '동의하는 편이다'(49.0%)라고 답했다.

 

실질 임금 감소는 추가 노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41.2%는 직장을 다니면서 추가 수입을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부족해서'와 '월급만으로는 결혼, 노후, 인생계획 수립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각각 53.2%, 52.9%(복수응답 가능)이었다.

 

특수 고용직 등 모든 노동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3.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비정규직(78.0%)이 정규직(70.7%)보다, 여성(77.1%)이 남성(70.1%)보다 '동의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교육서비스업(83.7%), 숙박 및 음식점업(77.0%)에서 동의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직장갑질119 송아름 노무사는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의 하락이 현실화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동결 내지 삭감, 업종별 차별 적용을 논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가속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지난 11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98.5%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하 또는 동결돼야 한다고 답했다. 인하가 64.9%, 동결이 33.6%다.

 

소공연은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에 비해 인건비가 증가한 것을 인하 또는 동결 희망의 이유로 분석했다. 소상공인 사업체 월평균 매출액은 2022년 1190.3만원, 2023년 1232.5만원, 2024년 1223.6만원으로 연평균 0.9% 성장했다.

 

이에 반해 평균 인건비는 2022년 276.9만원, 2023년 292.7만원, 2024년은 295.5원으로 연평균 2.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신규채용축소(59.0%), 기존 인력감원(47.4%), 기존인력의 근로시간 단축(42.3%) 등 고용 감축 관련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사업종료(12%), 영업시간 단축(9.7%),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7.3%)이 이었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사업종료를 꼽은 비율이 25.2%로 평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소상공인 87.8%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구분적용하는 방법으로는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에 적용’이 58.2%였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에 우선 적용’이 30.5%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이·미용실(73.7%), 체인화 편의점·슈퍼마켓(73.5%), PC방(72%), 커피숍(68%) 순으로 최저임금 인하의 목소리가 높았다.

 

응답자 중 44.3%는 주 15시간 미만 근무 근로자를 고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58.%는 '인건비 지급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현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더해 20%의 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유기준 소공연 회장 직무대행은 "소비심리 위축, 인건비 증가, 원자재비 상승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데다, 펜데믹 때 큰폭으로 증가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율이 급증한 상태"라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하며,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해 차등적용도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10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을 높이려면 숙박업과 음식점업과 같이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현저히 높은 업종의 경우 구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이 공동 개최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은' 토론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저임금은 보호해야 할 다수의 취약 근로자를 오히려 최저임금의 보호영역 밖으로 내몰 정도로 높아졌다"며 해당 업종으로 숙박·음식점업, 농림어업, 보건·사회복지업, 도소매업 등을 꼽았다.

 

그는 이들 업종에 대해 "대부분이 지급 능력이 취약하다"며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체에서 일하고 연령상으로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13.7%에 해당하는 30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최저임금액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현행법상 시행 가능한 업종별 구분 적용을 들며 "5인 미만 영세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규모별 구분 적용, 고령 인력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령별 구분 적용을 위한 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도 개회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과 같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최저임금이 지난 1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의 4배 정도 높게 인상됐고, 시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최저임금은 결국 일자리 감소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조정훈 의원 역시 "단일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고용 불안정과 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제는 일률적인 최저임금제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향후 업종별 최저임금 시행 의무화를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발의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최저시급은 9860원으로, 1시간 근무해서는 이 돈으로 서울 유명 식당에서 냉면을 사 먹을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냉면 외식비는 1만1692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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