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대구·경북 신공항이 들어서는 군위 첨단산업단지에 국내 1호 ‘내륙형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이 추진된다.
전력 생산단가를 낮춰 산업단지 입주기업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총사업비는 4조원 규모로 전액 민자로 진행한다. 2033년 상업 발전 시작이 목표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신공항 첨단산업단지 내 국내 첫 680㎿(메가와트) 급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두 기관은 부지 적합성과 경제성 등 타당성 조사와 탄소중립도시 조성 협력, 주민 수용성을 위한 공동 노력 등 협력 사항을 담았다.
SMR은 주요 기기를 모듈화해 공장 제작이 가능한 전기 출력 300㎿ 이하인 소형 원자로다. 기존 원전의 핵심 장비인 가압기, 증기발생기, 노심을 모두 하나의 용기 안에 담은 게 특징이다. 건설 비용이 비싸고 입지 선정이 제한적이었던 기존 원자력 발전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SMR은 원자로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이 건물 내부에 수조를 마련해 집어 넣거나 자연대류 방식으로 냉각시킬 수도 있어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대형 원전의 사고 확률이 100만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라면 SMR은 10억년에 한 번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 업무협약은 정부가 지난 5월 제11차 전력기본계획안에서 SMR 1기 도입을 발표한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하는 것으로 광역자치단체가 SMR 건설에 직접 나선 첫 사례다.
대구시는 2022년부터 군위군 신공항 첨단산단에 국내 첫 SMR을 건설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원자력연구원, I-SMR 기술개발사업단 등과 협의해 왔다. 시는 이후 안전성과 경제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국 개발 모델 대신 우리의 혁신형 SMR(i-SMR)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혁신형 SMR(i-SMR)' 기본설계를 끝내고, 현재 정부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하는 표준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시는 한국수력원자력, 민간 건설사와 함께 사전 타당성 조사를 2026년까지 마무리하고 2028년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뒤 2033년부터 상업 발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새로 만들어지는 특수목적법인(SPC)이 군위 첨단산단 내 에너지단지(50만㎡) 중 일부인 16만㎡를 매입해 SMR 건설 공사를 진행한다. 총사업비는 4조원으로 전액 SPC가 조달한다. 두 기관은 이 사업으로 군위 첨단산단 기업 유치를 촉진하고 입주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30% 가량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소형모듈원자로 건설 예정지인 군위군 주변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대구시는 군위 신공항 에어시티와 구도심 등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지역 소득증대, 주민복지, 전기요금 보조 등을 지원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번 협약은 혁신형 SMR 사업화 전략과 신공항 일대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 공급을 통한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대구시의 의지가 맞물려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항과 SMR을 가진 군위 첨단산단이 미래 반도체 산업 최적지가 될 수 있다"면서 "군위 SMR 건설을 위해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지역민과의 소통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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