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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가해자 “200만원 기부, 부모님 암 수술”…20년 늦은 ‘자필 사과’

입력 : 2024-06-21 05:04:41 수정 : 2024-06-21 0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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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솜방망이 처벌 주도했던 경찰·검찰·법원 뒷짐지고 싸움 구경중”

“당신들이 진정한 어른이라면 책임져 달라. 소년법 개정에 나서달라”
MBC 캡처

이른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 1명이 신상공개를 한 유튜버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은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지만 사법부의 졸속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받지 않았다.

 

20일 MBC에 따르면 '밀양 가해자 박OO 최초 사과문'이란 제목으로 해당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가해자 박 모 씨는 2장 분량의 자필 사과편지를 보내왔다.

 

박 씨는 "무슨 말을 해도 공분을 살 것 같아 두렵고 후회스럽다, 피해자분께 너무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년 전 그 당시 고등학생으로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피해자분께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죄를 지었다"며 "지금도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특수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피해자와 합의가 돼 소년재판으로 넘어가면서 1호, 3호 처분을 받고 사회봉사를 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그때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차라리 그때 처벌이라도 제대로 받고 사과했다면 피해자분과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덜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그 사건들로 혼자서 많이 좌절하고 허송세월 흥청망청 살다 보니 40이 다 돼가는 나이가 됐다"며 "유튜브에 제 사진이 공개되고 제 악행이 얘기될 때 놀라기도 했지만 제가 이런 놈이구나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을 외식 한 번 안 해보고 농사만 지으시다 암 수술하신 부모님께 너무나 송구스럽고 죄스럽다"면서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살아가며 또 사죄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또 다른 메일도 해당 유튜버에게 보냈다.

 

그는 "살아가면서 조금씩이나마 피해자분 몰래라도 합의금 명목 삼아 후원하겠다"며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밀양 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정후원'으로 200만 원을 기부한 영수증을 첨부했다.

 

사과 편지를 공개한 유튜버는 가해자 메일을 받고 이런저런 고민이 들었다며 사적 제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한 마디 덧붙였다.

 

그는 "20년 전 아이들이었던 가해자와 피해자·국민들이 지금 어른이 되어 뒤엉켜 싸우고 있는데, 당시 솜방망이 처벌을 주도한 경찰과 검찰, 재판부는 여전히 뒷짐 지고 싸움 구경 중"이라며 "당신들이 진정한 어른이라면 책임을 져달라, 소년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밀양 사건' 또 다른 가해자 중 1명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밀양시와 시 산하 밀양시시설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또 다른 가해자 A씨는 지난 17일 공단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해 온 유튜버가 지난 6일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후 밀양시와 해당 공단에 자신의 해고를 요구하는 글과 전화가 빗발치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단은 내부 인사 매뉴얼에 따라 신원조회 후 이르면 이번 주 내 사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밀양에 있는 민간 시설물 관리 업체에 근무하다 공단이 출범한 2017년 공개 채용을 통해 입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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