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묘지석 10점이 사라졌다…“도굴 추정”

밀양박씨 공간공 무덤서 묘지석 10점 소실

밀양박씨 공간공파 묘지(박건과 부인 전주최씨). 국가유산청 제공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밀양박씨 공간공 무덤의 묘지(墓誌)석 10점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묘지석은 무덤 주인의 이름, 신분, 행적, 신분 등을 기록한 유물이다.

24일 국가유산청은 묘지의 소유자인 밀양박씨 공간공종회가 양주시청에 도굴 사실을 신고했고, 이를 국가유산청 누리집 내 ‘도난 국가유산 정보’에 올렸다고 밝혔다.

무덤의 주인은 박건과 부인 전주최씨이다. 

박건(朴楗, 1434~1509)은 1506년 연산군(재위 1494∼1506)을 몰아낸 중종반정에 참여해 정국공신 3등에 오른 인물이다. 형조판서, 우찬성 등을 지냈다.

중종실록에는 그의 부고를 들은 왕이 ‘소선(素膳)을 들이도록 명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소선은 고기나 생선이 들어 있지 않은 상차림을 뜻한다.

박건과 부인 전주최씨 두 묘는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됐다. 도굴당한 묘지석 10점의 형태는 백자판으로, 희소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건 묘지석 5매는 필자로 장인하고 상태가 양호했고, 부인 최씨 묘지석 5매는 음각으로 새겨 자체가 정교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종회는 지난 4월 6일 친족들과 묘지석을 문화유산으로 재등록하고자 발굴 작업을 하던 중 묘지석 10점 모두가 소실된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공종회는 1977년쯤 묘역 개장공사 중 묘지석 10점을 발견해 30년 이상 종중 재실에 보관했다. 각 묘지석을 모두 사진 촬영했고, 분실의 염려로 2011년 4월쯤 봉분 앞을 파서 당시 제작한 석함과 함께 매장했다.

매장 이후 약 13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언제 묘지석이 없어졌는지 정확한 시점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유산청과 양주시 측은 관련 정보를 공개한 뒤, 고미술 업계를 중심으로 유물 행방을 찾을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이 펴낸 ‘2023 국가유산 연감’ 자료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5년부터 2022년까지 약 38년간 확인된 도굴 피해 사례는 총 93건에 달한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