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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인력뱅크·은빛장터·병원동행… 지자체 ‘노인 정책’ 눈길 [고령자 1000만명 시대]

입력 : 2024-07-11 19:01:19 수정 : 2024-07-12 0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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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취업지원센터’ 확대 개편
충북, 도시 유휴인력 농촌 공급
부산 등 친환경 자원사업 연계
경기, AI활용 주기적 안부 확인
대전선 ‘경로식당’ 식사비 지원
#강원 횡성군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김옥례(78) 할머니는 매일 버스를 타고 읍내 정형외과에 간다. 관절이 좋지 않아 넘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자녀가 장애가 있어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나아졌다. 강원도의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다. 전화 한 통이면 ‘동행매니저’가 김 할머니 집으로 찾아와 버스를 탈 때부터 진료를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 김 할머니는 “혼자 다닐 때는 위험하기도 하고 힘이 많이 들었다”며 “전에는 생판 모르는 남한테 부축 좀 해달라고 하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펴고 있는 노인 일자리·복지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최일선 현장에서 인구구조 변화를 가장 빠르게 체감해온 지자체들은 지역 상황에 맞는 차별화한 정책들을 일찌감치 도입, 시행 중이다.

‘스마트테이블’서 여가생활 서울의 한 ‘스마트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스마트테이블’을 이용해 여가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 제공

◆교육·훈련부터 일자리 알선까지

 

1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노인 일자리 컨트롤타워인 ‘시니어 일자리 지원센터’(가칭) 운영과 일자리 매칭 통합 플랫폼 ‘시니어 인력뱅크’(가칭) 구축 등 내용을 담은 ‘어르신 일자리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9월에 개소하는 시니어 일자리 지원센터는 서울노인복지센터(노인종합복지관) 부설로 운영되던 ‘어르신 취업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전문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서울형 어르신 일자리 기획, 개발, 취업 상담, 기업 맞춤형 취업 훈련 프로그램 운영, 일자리 알선 등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내년엔 구직 노인과 구인 기업들의 원활한 연결을 위한 시니어 인력뱅크를 오픈한다.

 

인천시도 시니어 인력뱅크와 비슷한 ‘50+ 인재뱅크’를 운영 중이다. 시의 노인정책 종합컨트롤타워인 ‘고령사회대응센터’가 진행하는 이 사업은 50세 이상 중장년층 전문인력 발굴·활용으로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부산시는 ‘우리동네 ESG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세대이음 환경개선 교육을 보급하는 친환경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이다. 시는 이 사업으로 올해 말까지 노인 일자리 4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충남 논산시의 ‘페트병 자원화 사업’과 전북 순창군의 ‘자원순환단’ 등도 이 사업과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는 환경 연계 노인 일자리정책들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베이비부머일자리기회센터’를 통해 채용설명회와 일자리 매칭 데이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채용 조건과 직무, 임금 조건, 복지 혜택 등을 행사 참여자들에게 설명하고 현장에서 채용면접을 진행한다. 일대일 맞춤형 구직상담 등도 제공한다.

 

전남도는 일자리정책의 일환으로 노인들이 생산한 제품의 판매를 돕고자 도청 등에서 ‘은빛장터’를 연다. 올해는 35개 수행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주요 생산품은 김치, 떡, 두부, 참기름, 김부각, 누룽지, 농수산물, 수공예품 등이다. 일부 제품은 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다. ‘충북형 도시농부’도 눈길을 끈다. 도내 도시의 유휴 인력을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에 공급하는 도농 상생 일자리 사업이다. 참여한 도시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60대, 70대라고 한다. 도가 인건비의 40%와 교통비 등을 지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돌봄·의료 확대… 식사비 지원도

 

고령인구 증가로 자연히 돌봄·의료서비스 수요도 늘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도 중앙정부뿐 아니라 각 지방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이에 지자체들은 다양한 정책으로 고령인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는 65세 이상 도민 등을 대상으로 ‘의료비 후불제’를 시행 중이다. 목돈 지출 부담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최대 3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36개월 간 분할 상환하게 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해 ‘우리동네 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도는 최근 AI가 노인들에게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건강·정서 관리를 맡아 예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AI 돌봄타운 시범 조성 계획’을 내놨다. 올해 하반기에는 ‘늘 편한 AI케어’ 사업을 도입한다.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움직임 감지, 생체 인식 등으로 노인들의 안부와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용료는 1시간에 5000원, 추가 30분당 1500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1시간에 1000원, 추가 30분에 500원만 내면 된다. 도의 한 관계자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 많은 강원지역 특성상 병원동행 수요가 많았다”며 “요금이 저렴해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대전시는 중위소득 150% 미만인 만 55세 이상 시민이 경로식당을 이용할 경우 식사비의 절반(2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와 대구시, 울산시 등에선 노인들이 시내·마을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 경남 창원시도 내년 1월부터 무료화한다.

 

주로 고령자가 하는 폐지 수집 관련 정책도 눈에 띈다. 서울시는 지난달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소득 보장 일자리를 지원하는 전담기관을 전 자치구에 지정·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폐지 수집을 지속 원하는 노인에겐 공공일자리 사업인 ‘폐지 수집 일자리사업단’을 연계해 수입을 늘려주고, 폐지 수집 노인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대구시 역시 폐지 수집 일자리사업단을 가동 중이다.


김주영 기자, 춘천·무안·부산=배상철·김선덕·오성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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