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록적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가족정책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재정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을 제시했다.
◆“저출산 현금 지급, 정책패키지 중 하나로 활용해야”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한국경제보고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을 반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매우 어렵다”면서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광범위한 구조개혁, 현재 진행 중인 가족정책 개혁의 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현금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묻는 질의에는 “한국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대가가 커서 상당히 큰 현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금 지급 자체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종합적인 출산율 정책 패키지의 일부로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심리적·경제적 부담 없이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는 “국공립·직장 보육시설 확대 및 민간 보육시설 관리·감독 강화 등을 통해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부족함 없이 제공해야 한다”면서 “휴직급여 상향, 대체인력 채용시 정부 지원 확대 등으로 육아휴직 활용도를 제고하고 근로자의 유연근무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수요기반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 공교육 질 제고 등을 통해 가족형성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ECD는 노동인구 확대 방안으로는 고령자와 외국 인력을 핵심으로 언급했다. OECD는 “노동·연금 구조개혁을 통해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연공급 위주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명예퇴직 관행을 축소하는 한편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 조정 등을 추진해 근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학생·기업가·고소득자 등에 적용되는 비자규제를 완화하는 등 고숙련 외국 인력의 이민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OECD 측은 소득 격차가 빚은 노동시장 이중성을 지적하며 한국 사회의 스펙 쌓기와 관련해 쓴소리도 꺼냈다. 코엔 실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탓에 스펙 쌓기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소위 말하는 골든 티켓을 추구하면서 사교육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가 있는 서울로 몰려들지만 집값이 비싸서 가정을 꾸리는 데 더 많은 돈이 든다”고 지적했다.
◆“세수 확충 방안 부가세, 탄소세 바람직”
정부의 감세 정책이 세입 확충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세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안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 인상”이라며 “현재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이 10%인데 OECD 평균의 절반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욘 파렐리우센 한국·스웨덴 데스크 한국경제담당관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세금 인상이나 재정지출 감축만으로는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라며 “구조적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탄소세 등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공공 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재원 대책으로 언급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사회이동성 개선 등 역동경제 로드맵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욘 담당관은 “정책 방향성은 OECD와 일치한다”라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이해관계자와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2.2%에서 2.6%로 큰 폭으로 상향한 지난 5월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는 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와 같고, 한국은행(2.5%)보다는 조금 높다. OECD는 내년 성장률도 종전과 같은 2.2%를 유지했다. OECD는 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2.6%)에서 소폭 하향조정해 2.5%로 내다봤다. OECD는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완화돼 올해 말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수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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