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000만원 이하 조건 때문
전기료 지원 예산 사용률 16% 그쳐
수도요금은 2023년 지원율 13% 불과
최근 6000만원 상향에도 기대 난망
업주 “日매출 16만원으론 운영 못해”
중기부 “1억원 간이과세 기준 요구
기재부서 중위매출 50%로 변경해”
전문가 “생색내기 처방 도움 못 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후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에 연쇄 타격받아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기·수도요금 감면 실적이 턱없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된 지원 조건 탓인데,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소상공인 대상 전기요금 지원 사업에 사용된 예산은 총 409억9000만원이다. 이는 전체 사업 예산(2520억원)의 약 16% 규모다.
해당 사업은 지원 대상으로 확인된 사업자에게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고지서상 전기요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난 넉 달간 예산 소진율은 매우 저조했다. 1차(2월21일∼4월20일)에 신청 48만5757건 중 26만6090건을 지원했고, 총 351억원을 집행했다. 2차(3월4일∼5월3일)에서는 7만2691건의 신청 중 2만9939건을 지원해 집행액은 총 58억9000만원이다.
낮은 지원 실적이 비현실적인 조건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1, 2차 전기료 지원 대상은 연매출 3000만원 이하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으로 월 매출로 따지면 250만원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에서 지원 조건을 6000만원으로 완화했지만, 이 역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한 자영업자는 홀로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이상 월 매출 500만원 정도인 이 기준으로는 사업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4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A(49)씨 또한 “연매출 6000만원 기준도 하루에 16만원 정도 번다는 얘긴데 월세 내고 아르바이트생 월급 주면 업장 운영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진 빚 때문에 본인이 매일 밤 근무를 하며 인건비를 줄였지만 월세와 낮 아르바이트 근무자 임금, 공과금 등 각종 운영비를 뺄 경우 매달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고 했다.
중기부는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받아 지원대상 기준을 간이과세(영세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납부 제도) 기준인 1억400만원 미만으로 설정하자고 했지만 중위매출인 6000만원으로 하자는 기재부의 주장에 막혔다”고 밝혔다. 기재부 측은 “지원 기준에 대해 작년에 예산 편성할 때 중기부와 충분히 협의했다”면서 “처음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중위매출의 50% 정도로 정해 취약한, 진짜 어려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생색내기에 그쳐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그림의 떡’이라고 부르는 지원 사업은 또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20년부터 진행해온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수도요금 감면 사업도 지난해 7억2827만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최대 목표액 55억원의 13% 남짓한 수준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땜질식, 생색내기 처방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건전재정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경기를 살리는 것이 먼저다. 자영업자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강화와 부가가치세 감면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정 투입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뒤에서는 예산을 깎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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