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전력공사 제치고 대역전극
UAE 이후 15년래 최대 규모
尹 “세계 최고 경쟁력 인정 받아”
한국수력원자력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자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코 정부는 최대 4기에 달하는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한민국 한수원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막판까지 경쟁했던 프랑스 전력공사(EDF)를 제치고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성 실장은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 원전 2기 건설의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고, 추후 테믈린 지역의 원전 2기 건설도 결정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고 말했다. 총사업비는 원전 2기 건설에 24조원 규모이며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성 실장은 “체코 정부는 한수원 입찰서가 모든 평가 기준에서 우수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컨소시엄에는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이 참여했다. 성 실장은 “바라카 이후 15년만에 쾌거”라며 “상업용 원자로 최초로 건설한 원전의 본산 유럽에 수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체코 정부는 각료회의를 열고 1000㎿ 규모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한수원으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 자회사 EDUⅡ와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앞두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2029년 착공 예정으로 준비 절차에 돌입해 원전의 실제 가동은 2036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09년 바라카 원전 4기 수주 이후 원전 기자재 등을 수출한 적은 있지만 설계·구매·건설, 시운전, 핵연료 공급 등 원전 패키지 전체를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수주전의 결과를 가른 것은 가격 경쟁력으로 분석된다. 1기당 9조원 안팎인 한국 원전과 비교하면 프랑스의 EPR1200은 1기당 건설비가 15조~16조원으로 추정됐다.
한국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바탕으로 신규 원전을 검토 중인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등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물밑 외교전도 수주에 한 몫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원전의 강점을 알리며 수주전에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은 이날 “팀코리아가 돼 함께 뛰어주신 원전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국민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선정으로 세계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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