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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절충주의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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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5 23:57:16 수정 : 2024-07-25 23: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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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의 나라 일에 관심이 갈 때가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얘긴데, 조 바이든이 주변의 우려를 받아들여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가 그 뒤를 이으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유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은 그 시작이 종교의 자유와 땅과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유럽 백인들이 모여서 만든 나라였다. 영국 식민지인 동부 13개 주로 시작했지만, 그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영국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독립군이 요크타운 전투에서 영국군을 물리치면서 독립의 전기를 마련했고, 영국과 대립했던 프랑스의 도움까지 얻으며 1787년 13개 주 연방의 독립 국가를 이뤘다. 초대 대통령으론 독립에 공이 큰 조지 워싱턴이 선출됐다.

장 앙투안 우동 ‘조지 워싱턴’(1788-1792)

이 작품은 장 앙투안 우동이 미국의 독립 그다음 해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워싱턴을 보고 제작한 조각상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의 위엄과 권위를 표현하려 했는데,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다. 워싱턴의 자세가 고대 그리스 조각상들의 자세와 유사하다. 한쪽 발에 중심을 두고 다른 발을 앞으로 빼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나타냈던 콘트라포스토 자세이다. 정면을 응시하는 표정이나 양팔을 좌우로 벌리고 양팔 아래 조형물을 배치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여기선 워싱턴이 오른팔 아래 지팡이로 땅을 짚어 독립의 의지를 나타냈고, 미국의 미래를 암시하듯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왼손을 지팡이 묶음 위에 올려놓아 단합과 통일을 상징했다.

고대 의상을 입은 반나체 자세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 모든 것이 고대 그리스 남성 조각상과 흡사하다. 실제로 우동은 워싱턴 상을 제작하면서 고대 의상으로 할 것인지 당시 의상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도 많은 고민을 했다 한다. 결국 살아있는 영웅을 반나체로 만든다는 점 때문에 고전적 자세와 표정을 당시 의상에 결합하는 절충적인 방법을 택했다. 유럽 백인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힘을 발휘하는 나라인 미국, 그 선거에서는 어떤 절충주의가 발휘될지.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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