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봉직의로 수천명 몰릴 듯
개원 설명회 조기 마감 잇따라
비대면 진료 코로나 수준 급증
지난달 31일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가을턴) 모집 최종 지원율이 1.3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 전공의들 대부분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으면서 수천명의 전공의들이 개원이나 봉직의(페이닥터)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마감이었던 가을턴 모집에 전체 모집인원 7645명 중 104명만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자 중 인턴은 13명, 레지던트는 91명이었다. ‘빅5’ 병원의 지원자는 45명이었다.
빅5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지원자가 20명(인턴 3명·레지던트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를 모집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레지던트 14명이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이 6명, 서울대병원은 5명이 지원했고, 서울아산병원은 일부 지원자들의 서류제출 절차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종 0명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이미 가을턴 지원율로 사직 전공의들의 의사가 확인된 상황인데, 한 달도 안 돼 다시 모집한다고 해서 얼마나 더 지원하겠나”라고 우려했다.
수천명의 전공의들은 전문의 취득을 포기하거나 보류하고 개원가 등으로 몰리고 있다. 일부 전공의는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원가에 많은 전공의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급여도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부과 개원의는 “의사 면허만 따고 개원가에 취업하는 의사들을 최근까지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월 1000만원을 받아간다’는 의미로 ‘무천도사’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500만원 이하로 사람을 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 온라인 의사 채용공고에서는 한 개원의가 사직 전공의를 모집한다면서 전공의 평균 연봉(약 7000만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연봉 3000만원(세전)을 제시해 전공의들의 원성을 샀다. 또다른 개원의는 채용공고에 ‘다시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전공의 사절’ 조건을 걸어 비난을 받았다.
경기도의사회가 3일 여는 전공의 및 의대 교수 대상 개원 준비 설명회는 당초 300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신청자 440명이 한번에 몰리는 바람에 조기 마감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4일 사직전공의 200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초음파 강좌를 열 예정인데 2시간 만에 신청접수가 마감됐다.
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면서 관련 플랫폼 이용 건수는 코로나19 당시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인 닥터나우는 올해 상반기 비대면진료 건수가 28만건 이상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2년 9월(약 28만건)과 유사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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