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을 나눈 영업이익률은 한마디로 ‘기업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분기에 완성차 업계 최고 수준인 10.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기아는 영업이익률 13.2%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때 가장 장사를 잘하는 전기차 업체로 꼽혔던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6.3%로 뚝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전기차 확대라는 시작점은 같았지만,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전기차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하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기아, 업계 최고 수준 영업이익률
3일 현재 2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에서 현대차·기아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곳은 아직 없다.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은 테슬라(6.3%), GM(8.3%) 등 주요 경쟁사를 훨씬 뛰어넘는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연기관차보다 수익률이 낮은 전기차만으로도 전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테슬라는 이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다. 테슬라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전략이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시장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테슬라의 2분기 전체 매출은 225억달러(약 30조7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이는 에너지 발전·저장 사업과 서비스 등 기타 사업 부문에서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 부문에서의 매출은 198억7800만달러(약 27조2000억원)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다.
◆실적 이끈 스포츠유틸리티차(SUV)·하이브리드차
업계는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음에도 수익성이 오히려 높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차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수익성 높은 차를 팔아서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수익성이 높은 차종은 형태로 봤을 때 SUV고, 파워트레인으로 봤을 때는 하이브리드차다. 공통적으로 대당 판매 단가가 높다. 현대차와 기아는 일찌감치 이들 차량에 주목해 제품군을 확대했다. 특히 줄곧 성장만 해오던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부터 주춤하기 시작하자 전용 전기차 제품군 개발과 출시는 지속하되, 내연기관차에서 파생된 하이브리드차 모델도 더욱 다변화하는 전략에 나섰다. 현대차의 싼타페 하이브리드, 기아의 카니발 하이브리드 등은 지난해 처음 추가되자마자 인기 모델로 떠올랐다.
그 결과 2분기 현대차의 친환경차(상용 포함)는 하이브리드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2%(19만2242대) 증가해 전기차 판매대수 감소분을 넘어섰다. SUV 차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4%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늘었다.
기아도 2분기 친환경차 판매비중이 21.4%로, 전년 대비 8.3% 늘었다.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14.3%다.
지난달 2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전기차 캐즘으로 오는 물량 감축은 우리의 강점인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로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군 내놓는다
현대차·기아의 사례에서 보듯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친환경차 모두 지속해서 개발하는 ‘이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현대차·기아는 앞으로 사실상 모든 차급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아는 내년에 소형 SUV 셀토스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르면 연말 출시되는 준대형 SUV 펠리세이드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 아직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제네시스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현대차·기아는 동시에 중장기 전략에 중요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도 속속 내놓고 있다. 기아는 첫 보급형 전용 전기차인 EV3를 4분기부터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수용이었던 캐스퍼에서 파생된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인스터’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시장이다. 대선의 영향으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향방이 전기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그가 당선된다면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응책 역시 다양한 제품군이다. 현대차·기아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생산을 조절해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현재 IRA 수혜를 입고 있는 주 대다수가 경합주이며,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이기에 IRA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이 축소되면 강점인 유연한 생산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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