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과 ‘빈티지’ 조화롭게 공존 신박한 도시/드라마 ‘궁’ 촬영지 콜로안 시간이 비껴간 풍경 매력/김대건 신부 만나는 성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성당·마카오 원조 에그타르트 맛집 인기/베네시안호텔 실내운하·환상 세계 팀랩 슈퍼네이처·해리포터 전시관 등 볼거리 풍성/어둠 내리면 윈 팰리스 분수쇼 등 화려한 야경 펼쳐져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찜통 같은 뜨거운 한낮의 열기는 서서히 깔리는 어둠이 삼켜 버린다. 그러자 형형색색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빌딩의 화려한 조명. 때를 기다렸다는 듯, 시원하게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현란한 댄스쇼를 시작하는 분수. 그리고 그 위를 사뿐히 날아가는 케이블카까지. 마카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고 찬란하다.
◆‘빈티지 마카오’ 즐기는 콜로안
마카오는 ‘모던’과 ‘빈티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신박한 도시다. 마카오 시내 중심가 코타이 스트립 구역에는 내로라하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 호텔, 카지노, 거대한 쇼핑몰이 즐비하고, 밤이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화려한 조명이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온다. 반면 차로 5분 거리인 남쪽 콜로안 어촌 마을은 정반대. 시간이 비껴간 듯,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은 좁은 골목이 우리 인생처럼 얽히고설키며 이어진다.
콜로안 마을로 들어서자 거대하고 신비로운 나무, 피쿠스 룸피가 길가에 즐비하다. 마카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로 어른 두세 명 굵기의 몸통을 작은 줄기들이 감싸며 하늘로 뻗어 올라가 독특한 길거리 풍경을 만든다. 빨래가 내걸린 작은 골목. 키를 나란히 맞춘 2층 집들. 집앞에 앉아 할일 없이 시간을 낚는 마을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 유럽 감성을 담은 가로등. 그리고 노란색 블록으로 장식한 길바닥까지. 그대로 찍으면 영화속 한장면을 보는듯 빈티지 느낌 가득한 풍경을 얻는다.
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성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성당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작은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콜로안 전투 기념탑을 지나 포르투갈의 길바닥 대리석 디자인 칼사다 포르투게사로 꾸민 긴 골목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파스텔톤 노란색으로 칠한 성당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카오에서 만나는 유럽풍 감성이 신기한 여행자들은 다양한 포즈로 풍경을 담는다. 아시아 선교에 앞장선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성인을 기리고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세운 성당은 흰 벽돌 장식과 푸른색 꽃무늬 창틀이 낭만을 더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갓을 쓴 익숙한 인물상이 성모 마리아 옆에 서 있다. 우리나라 초대 사제인 김대건 신부로, 그는 마카오에서 신학과정을 마친 뒤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2007년 방영된 드라마 ‘궁’에서 주인공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 성당이다. 덕분에 빈티지 감성을 좋아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반드시 가 봐야 할 여행지로 입소문 났다.
콜로안이 인기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포르투갈이 원조인 에그타르트. 포르투갈의 오랜 지배를 받은 마카오는 많은 유럽문화가 녹아 있는데 마카오에서 가장 소문난 에그타르트 맛집이 콜로안의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다. 영국인 스토우가 마카오에서 처음 선보인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전문점으로 안으로 들어서자 에그타르트 굽는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근처 건물에 같은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가 운영하는 카페가 마련돼 천천히 쉬어가며 에그타르트를 즐길 수 있다. 갓 구워 나온 에그타르트 한입 깨물자 “바사삭” 부서지는 페이스트리가 청각을 자득하더니 촉촉하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입안에 부드럽게 퍼진다. 원조 에그타르트 맛집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지구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과 맛이 거의 비슷해 깜짝 놀라게 된다.
◆마카오에서 만나는 해리포터
콜로안을 떠나 코타이 스트립으로 들어서니 갑자기 중세에서 미래 세상으로 점프한 기분이다. 인간은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건물 한가운데를 두 개의 커다란 원으로 뚫어 숫자 ‘8’ 모양의 대관람차를 배치한 스튜디오 시티 등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인으로 꾸민 건물들이 즐비해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그대로 옮겨온 듯, 유명한 럭셔리 호텔도 몰려 있다.
2011년 오픈한 초대형 복합 리조트 갤럭시 마카오&그랜드 리조트 데크는 마카오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갤럭시, 반얀트리, 오쿠라, JW메리어트, 리츠칼튼, 브로드웨이, 래플스 호텔, 안다즈 호텔을 거느릴 정도다. 특히 갤럭시 마카오에는 세계 최대 규모 인공파도 풀장인 스카이탑 웨이브 풀과 세계 최장 규모 유수풀로 꾸며져 한여름에도 시원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스튜디오 시티의 대규모의 워터파크는 마카오에서 유일하게 연중 운영된다. 신나는 워터슬라이드 7개, 파도풀 2개, 실내 서핑 시뮬레이터, 암벽 등반과 다이빙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록월폴 등 16개의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다.
베네시안 호텔의 팀랩 슈퍼네이처는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하는 체험 전시공간.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영상이 시시각각 바뀌며 눈을 어지럽히니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정신이 몽롱하다. 5000㎡ 공간에 높이 8m 천장을 활용해 미로처럼 복잡한 3차원 영상 세계를 창출하기에 관객들은 잠시 환상의 세계에 푹 빠지고 만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과 닮은꼴로 꾸민 베네치아 실내운하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가는 천장은 마치 실제인 듯 너무 그럴듯해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풍경으로 꾸민 상점이 즐비하고 운하에선 곤돌라가 쉴 새 없이 오간다. 배를 모는 곤돌리에는 손님들에게 노래도 불러주니 베네치아라고 해도 믿겠다.
베네시안 맞은편 런더너 마카오에선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명소, 해리포터 전시관이 유혹한다. 영화의 유명한 장면들을 와이드 스크린으로 감상하고 나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문이 활짝 열리며 모험이 시작된다. 기숙사 벽에 걸린 액자 속 인물들은 영화의 실사 버전. 살아 있는 듯 움직이니 호그와트 기숙사에 온 듯 실감이 제대로 난다. 20개 이상 갤러리가 조성됐는데 그리핀도르 등 4개 기숙사 교복과 하늘을 날며 황금공 스니치를 잡는 퀴디치 게임도 정교하게 묘사돼 해리포터를 보고 자란 세대들을 추억으로 이끈다.
마카오 그랑프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레이싱이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대회. 기존보다 6배 이상 확장한 규모로 2021년 재개장한 마카오 그랑프리 박물관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참기 어려운 공간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첫 번째 우승자를 기념하는 테마존과 포뮬러3 시뮬레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전시물로 꾸며져 실감 나는 레이싱을 가상으로 즐길 수 있다.
◆마카오의 아름다운 밤
미식의 도시 마카오에서 딤섬을 빼놓을 수 없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MGM 코타이 호텔의 맛집 ‘춘(Chun)’을 찾았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딤섬 한입 깨물자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펴지며 잃었던 입맛을 되살린다. 호텔은 돔형 유리 천장으로 꾸민 웅장한 스펙터클 로비에서 펼쳐지는 돌고래쇼, ‘바다 오디세이’가 유명하다. 드론을 활용해 거대한 은빛 돌고래 풍선을 띄우는데 아이들은 돌고래를 쫓아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벽은 360도 LED 스크린으로 꾸며 세계 곳곳에서 독점으로 수집한 다양한 디지털 아트를 선사한다.
윈 팰리스는 마카오 야경 투어의 정점을 찍는다. 뷔페 레스토랑에서 랍스터 등 싱싱한 해산물을 착한 가격에 즐기다 보면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고 커다란 통창을 통해 기다리던 분수쇼가 시작된다. 스케일로 압도하는 화려한 분수쇼는 15분마다 펼쳐지며 레이크를 가로지르는 스카이 캡 케이블을 타면 더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말이 케이블카이지 그냥 레이크 위에 떠 있는 듯, 낮은 높이로 운행하는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분수쇼에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케이블카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오픈 탑 버스를 이용하면 마카오의 아름다운 야경 감상이 더 시원하고 편안해진다. 런더너호텔~우의대교~피셔맨스워프~마카오사이언스센터~요호트레져 아일랜드리조트 월드호텔~마카오타워~아마사원~내항~신마로~사이방 대교를 돌아 코타이로 돌아오는 야경투어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런더너호텔 분수쇼를 관람한 뒤 버스가 도로를 달리자 시원한 바람이 땀방울을 순식간에 날리더니 알록달록한 야경을 숨김없이 펼쳐 보인다. 실물의 절반 크기로 축소한 마카오 파리지앵 앞 에펠탑, 스튜디오 시티, 그랜드 리스보아, 마카오타워가 서로 경쟁하듯 현란한 야경을 뽐내 마카오여행을 빛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