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동체통일방안’ 손질 대신
尹정부 색깔 담은 ‘미래상’ 공개
국내·국외·대북 나눠 방향 제시
광복절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가 상당 부분 다듬어져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아직까지 경축사 내용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를 통해 통일과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수준의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까지 상황으로 올해 경축사는 통일담론에 관한 내용이 거의 차지할 것 같다”며 “통일의 비전과 그걸 이뤄나갈 방법들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이번 경축사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올해 30주년인 점을 고려해 윤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그간의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보완한 통일담론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국내·국제·대북의 세 분야로 나눠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지속해서 강조해온 ‘자유의 확장’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우리 내부에서 통일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자유의 연대를 국제사회로 어떻게 확장해나갈 것인지 등의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경축사에 담길 ‘윤석열정부 통일담론’은 지난달 14일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대통령 기념사에서 일부 예고됐다. 윤 대통령은 국내 탈북민뿐 아니라 “북녘땅의 동포 여러분”을 청자로 강조하면서 “여러분과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고 ‘사람과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자유통일’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영토나 정권 차원의 통일이 아니라, 북한 주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상의 자유를 누리는 상태가 사실상 통일로서 의미가 있다는 윤석열정부의 통일관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통일담론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통일미래상에 대해 처음으로 내놓는 야심작이자, 통일부가 지난 1년 6개월간 진행한 통일담론 관련 의견 수렴의 결정체다. 정부는 2023년 초 윤석열정부 색깔을 담아 가칭 ‘신통일미래구상’(‘구상’)을 발표하고, 이듬해 이 구상을 반영해 올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방안’)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올해 들어 ‘담론 제시’ 정도로 선회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할 경우 벌어질 논란과 북한의 2국가론 입장이 영향을 끼쳤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8·15경축사에서 제안됐다. 여야의 환영 성명이 연이어 발표되는 형태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던 역사적 통일방안으로, 역대 정부가 그대로 계승했다. 당초 ‘방안’ 수정을 주도해온 김영호 장관에게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다수 전달됐다. 사회적 합의를 이뤘던 방안을 윤 정부가 손댈 경우 불필요한 갈등의 도화선이 될 거란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민족’ 개념을 부정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라고 선언한 것도 결정적이었다. 지금은 민족·통일 개념을 더 고수해 체제 우위와 정통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전술적 필요성이 현 정부 내에서도 대두한 것이다. 이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대표되는 국내 통일담론 안에서 민족 개념이 여전히 유의미함을 인정하고, 대신 자유와 인권 증진 필요성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기울었다.
광복절 경축사는 대통령의 연례 메시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설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을 포함해 이후로도 계속해서 논의와 메시지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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