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세영 문제 넘어 전반 조사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의 폭탄 발언으로 불거진 배드민턴협회의 대표팀 복종 강요 규정과 개인 스폰서 제한, 실업 선수들의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택규 배드민턴 협회장의 ‘내부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협회 운영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간 문화체육관광부가 김 회장의 독단적 협회 운영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의 폭언과 억압적인 태도로 인해 직원들이 견디기 힘들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협회 직원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 회장은 자기중심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며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 욕하고 소리를 지르는 건 일상이었다”면서 “이런 폭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협회 내부에선 아닌 것도 아니라고 말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도 있었다고 A씨는 덧붙였다. 한 임원은 약 10여명의 직원이 있는 회식 자리서 “새X가 할 줄 아는 게 뭐냐”라는 등의 언사를 듣기도 했다.
또한 김 회장은 서울 송파구 협회 사무실이 아닌 본인의 거처와 회사가 있는 충남 서산까지 협회 직원을 주 1~2회 불러 업무를 처리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직원을 개인 기사처럼 부리는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 직원은 “주말 전라남도에서 오전 11시 열리는 생활체육대회 참석하면서 서울의 직원을 서산으로 불러 이동했다. 휴일을 가리지 않고 개인 기사처럼 부리기도 했다. 하루 1000㎞를 운전한 것 같다며 토로한 사람도 있었다”며 “대동한 협회 직원은 회장의 술자리까지 챙겼고, 밀린 업무에 대체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제31대 배드민턴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5년 초까지. ‘생활체육 동호인’ 출신인 김 회장은 당초 협회의 엘리트 스포츠 분야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가 지날수록 엘리트 쪽도 관여하기 시작했고, 결국 전방위적인 전권을 잡은 김 회장의 행태도 강압적으로 변했다는 후문이다.
협회 운영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대한체육회에서 진행하는 사업인 상임심판제를 불공정하게 운영해 조사받게 되자 임의로 운영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상임심판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실직한 상태가 됐다. 한국 배드민턴은 우수한 심판 발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김 회장이 측근을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면접관을 임의로 지정하는 등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협회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한 본지 해명 요구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문체부 조사단장을 맡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기본적으로 협회가 최선을 다하면서 선수와 종목을 육성하고 있느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면서 “만일 (김 회장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당연히 살펴야 하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전날 “배드민턴협회의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히면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조사 결과는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안세영은 이번 달 출전할 예정이었던 국제대회에 모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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