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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기만 해도 땀범벅”… 서울 지하철역 5곳 중 1곳꼴로 ‘찜통’

입력 : 2024-08-19 08:00:00 수정 : 2024-08-19 08: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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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폭염 속 ‘괴로움’ 호소
1∼8호선 50곳 냉방시설 없어
지상역 24곳 설치 아예 못 해
“이동식 냉풍기 늘려야” 요구
예산 문제 등 탓 개선 어려워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서울역. 후텁지근한 공기가 가득 찬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이들이 연신 땀방울을 훔쳤다. 부채질을 하거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노인, 손선풍기를 튼 채 눈을 감고 있는 젊은이 등도 눈에 띄었다. 한 중년 남성의 등 부분은 이미 땀에 흠뻑 젖은 듯 상의 다른 부분에 비해 한층 짙은 색으로 변했다. 승객들의 찌푸린 얼굴은 에어컨이 나오는 열차에 탄 뒤에야 다소 풀어졌다.

지난 16일 서울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지하 메디컬 존 앞으로 승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시스

서울시내 지하철역 5곳 중 1곳꼴로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거나 다른 노선으로 같아타러 이동하는 시간을 찜통 더위 속에서 보내야 하는 시민들은 괴로움을 호소한다. 인파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러나 야외 역사 등 구조적 한계나 예산 문제 탓에 냉방시설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으로 꼽히는 이동식 냉풍기 등의 설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하철 1∼8호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1∼8호선 275개 역사 중 50곳(18.18%)에 냉방시설이 없다. 이 가운데 24곳은 2호선 성수역처럼 야외에 있는 지상역으로, 냉방시설 설치가 아예 불가능하다. 나머지 26곳은 2호선 아현역·충정로역 등 4곳, 3호선 경복궁역·남부터미널역 등 18곳, 4호선 서울역·신용산역 등 4곳으로 지하에 위치하지만, 설계 당시 냉방시설 설치를 고려하지 않은 곳들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냉방시설이 없는 역에 냉방시설을 설치하려면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데, 역당 600억원이 넘게 든다”고 설명했다.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역을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은 “열차가 빨리 오기만 기다린다”고 입을 모은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구모(34)씨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난다”며 “환승역은 가뜩이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요즘은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푹푹 찌는 느낌이라 더 고역”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승객은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 방송 전까지 개찰구 주변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승강장이 너무 덥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공사는 고객 대기실이나 승강장에 이동식 냉풍기를 설치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긴급 설치한 이동식 냉풍기는 비록 공간 전체의 온도를 낮추지는 못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찜통 같은 승강장에서 주변 공간에나마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승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게 공사의 전언이다. 공사 관계자는 “냉풍기를 설치하고선 민원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역에서는 이동식 냉풍기가 고장난 채 방치돼 있거나 전원 코드가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로 놓여 있는 경우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37)씨는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요즘은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어지럽기까지 하더라”며 ”냉풍기 앞에서 기다리면 그나마 살 것 같던데,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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