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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여야 ‘협치 근육’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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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7 23:32:09 수정 : 2024-08-27 23: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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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도파민 난무하는 여의도
점점 더 극단적 대결구도로 향해
타협·절충만이 꽉 막힌 정국 타개
성공 정치의 시작, 협치 경험 쌓자

여의도에서 모처럼 여야가 함께 웃었다. 2년 만에 열린 여야 국회의원 축구 대회에서다. 26일 축구장에서 쏟아진 말들은 화기애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구를 통해 힘을 하나로 합치는 모습이야말로 멋진 스포츠 정신”이라고 치하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협치의 중요성으로 화답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꽉 막힌 여야 관계를 시원하게 돌파하는 킥오프가 되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커피를 보냈다.

얼마 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2대 국회 들어 첫 협치의 성과물을 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했다. 오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전세사기 덫에 걸린 73%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계층이다. 앞길이 막막하던 이들에게 다소 숨통이 트였으리라.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 상생협력법 개정안,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산업직접활성화법 개정안,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 40여개 민생법안도 오늘 국회 문턱을 넘을 것 같다.

이천종 정치부장

자극적인 도파민이 난무하던 여의도에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 순간들이다.

정치인들은 요즘 양극화된 진영 대결구도 속에 진영 내 팬덤이 주는 강력한 지지에 취해 ‘도파민 중독’ 양상을 보인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보상과 만족감에 대한 기대감을 통해 분비된다. 그런데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분비는 적어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을 찾게 된다.

22대 국회에서 파행이 잦은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유튜브를 열면 두 상임위에서 활약(?)하는 여야 의원들의 쇼츠 영상이 쏟아진다. 더 세게 발언하고, 상대 정당이나 산하 부처를 몰아붙일수록 강성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진영에 갇힌 정치인들의 뇌에는 “반응 좋으니 더 세게 하자”는 신호가 전달된다.

이에 반해 옥시토신은 인간관계와 유대에 관여한다. 옥시토신은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분비된다. 그 순간 우리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인류가 사회성과 공감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옥시토신 분비를 계속해서 유도하는 확실한 방법은 의식적으로 신뢰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스킨십과 공감, 인내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도파민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야말로 협치에 절실한 호르몬이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이 많은 정치인이 늘어야 ‘법안 상정→거부권→재의결’로 꽉 막힌 쳇바퀴 정국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사적 영역이라면 정치권 전체적으로 협치의 궤도를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협치는 정치권이 중도층을 공략할 때 첨병 역할을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층 공략의 열쇠는 누가 더 협치에 진정성을 보이느냐에 달렸다. 막말과 색깔론으로 쓸모없는 정쟁을 일삼는 정치 행태를 일소해야 정치 영역의 도파민 중독을 줄일 수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과잉 팽창된 열광적 팬덤의 영향력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정치 효능감이 한국 민주주의를 되레 위태롭게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니 28일 본회의에서 수십건의 비쟁점법안들을 가까스로 처리했다는 정도로 정치권이 만족하면 안 된다.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22대 국회에 협치의 싹을 틔운 순간으로 기록돼야 한다. 이번에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타협·절충하면서 어렵게 찾은 옥시토신을 여의도는 물론 용산까지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

신뢰의 느낌을 심어주는 것으로 강화된다는 옥시토신을 늘리는 건 어렵지 않다. 타인에 대한 판단이나 비난을 너무 서둘러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뢰의 느낌을 강화할 수 있다. 애매한 상황이라면 판단을 조금 늦추되, 일단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것도 괜찮다. 도파민 중독 증세를 보이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지금 딱 필요한 지침들 아닌가.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돼 흐물흐물해진다. 협치 근육도 마찬가지다. 자주 쓰지 않으면 협치 근육은 사라지고, 우리 정치의 기초체력은 위태로워진다.


이천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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