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 목적 증명되지 않으면 처벌 어려워” 규제 강화 목소리
일반 여성 사진을 도용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며 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성인 여성뿐 아니라 초∙중∙고 여학생들까지 범죄 표적이 된 데다 ‘촉법 소년’에 해당하는 10대 가해자들이 등장할 정도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이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를 지난 24일(현지시간) 체포한 가운데 우리 당국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생성∙유포 기승
최근 서울대에 이어 인하대에서도 여학생들의 사진을 성적인 장면으로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제작∙유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2020년부터 운영된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한 1200여명은 여대생들의 얼굴에 나체를 합성한 사진을 돌려보며, 피해 여성의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대화방 참여자 중 일부는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범행으로 피해를 입은 대학생은 4명으로 파악됐지만, 아직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향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3월 피해 영상물을 재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참여자 1명을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고, 방에 있던 2명을 특정했으나 주범은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5월에는 대학 동문 등 여성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배포한 졸업생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해당 사건에선 서울대 동문 여성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 등을 몰래 가져다 컴퓨터 기술을 보유한 공범에게 의뢰해 성적인 장면으로 합성한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서울대 사건 피해자들이 신고하자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 공조가 힘들고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추적단인 ‘불꽃’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를 지목∙접촉하며 증거를 수집했다.
그 사이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 교사, 여군 등을 대상으로 한 텔레그램 방이 전방위적으로 발견되면서 공포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SNS 등에 ‘피해 학교 명단’으로 떠돌고 있는 곳만 100곳이 넘는다.
◆방심위, 딥페이크 관련 ‘긴급회의’ 소집
당국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심위는 27일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했다.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방심위는 홈페이지에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신고 전용 배너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디지털 성범죄 신고 배너만 있었다. 또 관련 모니터링 요원을 배로 늘려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텔레그램 측과 전자우편으로 소통했지만, 앞으로는 즉시 협의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해 피해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주요 피해 사례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지난해 성적 허위 영상과 관련해 7187건의 시정 요구를 결정했고, 올해는 지난 7월 말까지 6434건에 시정 요구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행법의 미온적인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딥페이크 처벌법’이라 불리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2의 형벌 수위가 약하고, 실제 양형은 더 낮게 이뤄지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법이 도입된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딥페이크 범죄 관련 판결 71건 중 35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진보당 손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TF팀 공동단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성폭력처벌법상 딥페이크 범죄는 유포할 목적이 증명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빈틈을 가해자들이 이용해 처벌을 피하고 있다”며 “디지털 공간에서 피해가 확대되는 점에서 경찰의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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