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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美대선 목소리 커진 아시아계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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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02 02:00:00 수정 : 2024-09-06 1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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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해리스 대통령 후보 부상
아시아계 당원들 열정적 환호
일각선 혈통 부각에 경고 보내
韓도 다문화 사회 정치 대비를

약 한 달 만에 유력한 차기 미국 지도자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스스로의 인종을 정의하지 않는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자메이카 이민자 아버지, 인도 이민자 어머니의 딸’이라고만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나 19∼22일 열린 전당대회에선 고무된 그룹이 눈에 보였다. 하나는 ‘흑인 여성’이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계’다. 미국에 흑인 대통령은 있었지만 흑인 여성 대통령은 아직 없었다. 아시아계의 경우 대통령은커녕 고위직에도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아시아계 민주당원들은 신나 있었다. 그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꼭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아시아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and Asian American)’이라고 지칭했다. 허몽족(베트남, 태국 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난민의 딸로 미국에서 자란 카오주아파 엘리자베스 리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정치인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나처럼 이민자의 딸인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코커스에 참석한 일본계 메이지 히로노 하와이 연방 상원의원도 ‘아시아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소상공인 코커스도 아시아계가 많이 모이는 곳이다. 미국에서 세탁소, 샌드위치 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중엔 아시아 이민자가 많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아시아계의 정치적 부상을 보여주는 또다른 상징적 인물이 한국계인 앤디 김 민주당 뉴저지 연방 하원의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그는 11월 뉴저지 상원의원 당선 가능성이 높다. 당선되면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이 될 뿐 아니라 미 동부에서 거의 유일한 아시아계 상원의원이 된다.

 

퓨리서치센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 중 아시아계는 2400만명 이상이며 약 7%를 차지한다. 흑인 인구가 약 14%인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소수이지만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숫자가 늘어나면 대표성도 늘어나고, 고위직이나 연방 선출직에 아시아계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다만 이들은 미국에서 백인들이 하기 꺼려하는 직종에 종사하던 부모 세대를 회상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성취에 들뜬 듯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연설 다음 날 아시아계 화상 간담회에서 일종의 경고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의 문제만이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미국이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있고, 또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의 부상이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혈통에 기반한 결속으로만 비치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해리스 부통령이 굳이 자신의 인종을 언급하지 않고, 29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 공격’에 대한 질문에도 “오래된 각본(playbook)”이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고 짧게 답한 이유도 같을 것이다.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미국에서 아시아계 혹은 한국계의 부상은 분명히 한국에 소중한 공공외교 자산이다.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목소리를 찾고 중요한 위치에 서는 것을 보는 것 역시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들이 미국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지나친 민족주의적 접근이나 혈통 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고 본다.

 

하나 더 짚자면 이 역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한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인구가 4.89%로 다문화국가 기준(전체 인구의 5% 이상)으로 접근해 가는 과정이다. 과거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첫 이민자 비례대표 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했었지만 “눈치를 많이 봤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다문화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선출직 탄생의 요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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