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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침체 공포에… 세계 증시 폭락 [美 증시 급락]

입력 : 2024-09-04 18:21:21 수정 : 2024-09-04 23: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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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큰 폭 떨어져
코스피 3.15%↓… 2600선 붕괴

미국發 ‘R의 공포’ 확산 가능성

美 제조업지수 5개월 연속 위축
AI 버블·美 경기 침체 우려 속
6일 발표 ‘美 고용보고서’ 주시

한달여만에 코스피 2600선 붕괴

코스피 반도체주 도미노 하락
하이닉스 8.02% ↓ ‘15만닉스’
삼성전자는 ‘7만전자’ 턱걸이

한 달 전 미국과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R(경기침체)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지난달 초 대폭락 후 반등하며 안정을 찾는 듯하더니 대혼돈의 시기로 접어드는 흐름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일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코스피는 2600선 아래로 밀려났다. ‘블랙먼데이’로 기록된 지난달 5일 8.77% 폭락 후 반등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한 달여 만에 다시 급락하면서 증시가 추세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미국발(發) 경기침체 공포에 전날 대비 3.15% 떨어진 2580.8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9일(2588.43)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860억원, 730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키웠다. 코스닥도 3.76% 하락한 731.75로 마쳤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우려와 미 증시의 대형주 집중 하락이 맞물렸다”며 “당장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폭락은 미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주들이 대거 내려앉으면서 비롯됐다.

 

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노동절 휴일을 보낸 뒤 9월 들어 처음 개장한 이날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는 모두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6% 내린 1만7136.30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12% 하락한 5528.93,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51% 내린 4만936.93에 각각 마감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9.53% 하락한 것을 비롯해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도 각각 6.16%, 6.53% 떨어지는 등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 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엔비디아 외에 애플(-2.72%)과 마이크로소프트(-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 5개월 연속 수축 국면에 머물렀다. 7월 46.8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47.9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수치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중 신규 주문지수는 전월(47.4)보다 낮은 44.6을 기록했고, 생산지수는 전월(45.9)보다 낮은 44.8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 역시 47.9를 기록해 전월(49.6)은 물론이고 전망치(48.0)에도 밑돌았다. WSJ는 “이들 데이터는 미 경제 내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고, 매도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조각상. AP연합뉴스

지난달 ‘R의 공포’를 이끌었던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우려도 또다시 불거졌다. 8월 18∼24일 기준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월 11∼17일 186만8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3000건 늘었다. 7월 건설투자가 전월 대비 0.3% 줄어들었다는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의 발표도 경기침체 우려를 더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포가 확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 경기침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비농업 고용지표가 담긴 8월 고용보고서가 6일 발표된다. 지난달에는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증시를 둘러싸고도 이 같은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3.2%에서 3.1%로 낮춰 전망했고, 중국 추정치도 5.0%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지난달 폭락장의 배경 중 하나였던 엔화 절상 리스크도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 레벨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향후 폭락장 재연을 우려했다.

 

증시의 수급 여건도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22조9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1조715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세가 꺾이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조8004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달 블랙먼데이 후 코스피에서 2조4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지난달 폭락의 기억과 최근 불투명한 경기 전망 등으로 시장이 작은 지표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악재다. 경기지표가 조금만 부정적으로 나오면 자칫 큰 폭락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18일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증시도 요동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전장 대비 83.83포인트(3.15%) 내린 2580.80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74.69포인트(2.80%) 내린 2589.94로 출발한 뒤 급락세를 지속하다가 장중 2578.07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28.62포인트(3.76%) 내린 731.75로 마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미 증시 폭락 여파로 이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일본 주요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4% 내렸고, 대만 자취안 지수 역시 4.52% 하락했다. 홍콩 항셍 지수(-1.10%),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0.67%)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급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8.02% 내린 15만4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9.15% 내린 15만29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45% 내린 7만원으로 ‘7만전자’에 턱걸이했으나, 장중 한때 6만98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 역시 7.00% 내린 10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의 주가는 지난달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한 달 만에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종가는 각각 7만1400원, 15만6100원, 10만2600원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일 미 실업률 지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불안감과 경계심리가 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필웅·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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