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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돌아온 ‘열혈형사’… 휘둘리지 않는 정의를 묻다

입력 : 2024-09-10 20:38:23 수정 : 2024-09-10 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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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13일 개봉

선악 대결보다 신념 충돌 구도 묘사
전작 비해 해학은 줄고 질문 깊어져
형사 서도철, 범죄자 검거에 분투 여전
연쇄살인범 해치와 벌이는 액션 눈길

1341만명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 형사가 9년 만에 2편으로 돌아왔다. 서도철은 여전히 입에 단내나도록 뛰어다닌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몸이 부서져라 뛰어내리며, 처절하게 맞고 때린다. 그의 고단한 삶을 보다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진다. 1편에서 악한 재벌가 자제를 응징한다는 명분이 명확했던 반면, 2편에서는 피아를 가르는 전선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2편에서 서도철이 질책하는 대상에는 우리 자신도 일정 부분 포함된다. 그런 만큼 1편에서의 속 시원함과 해학은 줄고 질문은 깊어졌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큰 경쟁작 없이 관객몰이할 전망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돼 호평받았다. CJ ENM 제공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는 사적 보복은 정당한지, 살인에 좋고 나쁨이 있는지, 대중의 변덕에 정의가 휘둘리지 않는지 질문을 던진다.

1편에서 서도철은 대출에 시달리는 ‘서민 형사’지만, 재벌이어도 잘못은 눈감지 않는 정의로움으로 환호받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서도철은 여전히 열혈형사다. 범죄자 검거가 최우선이라 일신의 안녕은 뒷전이다.

2편은 연쇄살인범 해치를 잡는 것이 주요 줄기다. 해치는 유튜버 등이 만들어낸 별명으로,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그는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이들을 연이어 응징한다. 제자를 성폭행하고도 오히려 꽃뱀으로 몰고 가 생을 등지게 한 교수,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와 그 가족에게 염산 테러를 한 남성 등이 보복 대상이다. 피해자가 당한 것과 동일하게 가해자의 목숨을 뺏는다.

해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소재가 된다. 범죄혐의자를 특정해 대신 죄를 갚아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해자의 억울함, 가해자의 뻔뻔함, 터무니없는 형량을 생각하면 나름의 정의를 행하는 듯한 해치를 마냥 미워하게 되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마음이 옳은지 묻는다.

‘베테랑2’는 해치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려주며 시작한다. 이후 다른 해치들이 등장하며 잠시 배경을 추리하게 만들지만, 큰 반전을 심어놓지는 않았다. 해치가 왜 사적 보복에 나섰는지 명분이 될 만한 배경 제시도 없다.

류승완 감독은 9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누가 빌런인지보다 그 빌런의 행위와 행위에 따른 여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분노하는 사건들에 대한 반응이 정말 옳은가,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제공되는 정보만으로 순간적으로 분노해서 쉽게 판단하지 않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선과 악의 대결보다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구도로 만들려 했다”며 “관객이 속 시원한 해답 대신 토론할 만한 질문거리를 갖고 극장을 나서길 바랐고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답보다 호기심을 유지시키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2’는 강력범죄수사대가 불법 도박장을 덮치는 액션으로 시작한다. 난장이 펼쳐지는 가운데 웃음이 튀어나오는 액션은 1편을 계승했지만 이후 분위기가 바뀐다. 서도철 형사는 9년 전보다 여유와 유머가 줄었다. 영화 전반에 신경과민과 폭력이 늘었다. 무술 실력이 뛰어난 경찰 박선우(정해인)의 수사대 합류도 달라진 점이다. 류 감독은 1편의 통쾌한 복수극을 답습하지 않은 데 대해 “성공을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며 “서도철이란 인물과 이 세계관을 아낀다면 모험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액션은 실제 싸움현장에 있는 듯 실감 나게 표현됐다. 박선우가 해치 용의자와 남산 계단에서 구르며 벌이는 격투, 형사들이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벌이는 난투, 서도철과 해치가 터널에서 겨루는 마지막 사투는 화려하면서도 온몸이 아프게 다가올 만큼 현실적이다. 다만 서도철이 해치의 정체를 눈치채는 부분에서 다소 근거가 약해 짜릿함이 적은 점은 아쉽다. 학교폭력과 청소년 문제를 끼워 넣은 부분도 마무리가 미진하게 느껴진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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