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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TV토론의 최대 수혜자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꼽힌다. 1960년 현직 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인지도에서 밀렸던 케네디는 처음 시작된 TV토론에서 젊고 세련된 외모와 화술로 닉슨을 압도해 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84년 대선 토론에서는 73세 나이로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열일곱 살 어린 월터 먼데일이 고령을 문제 삼자 “당신의 젊고 경험 없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쳐 점수를 땄다. 이후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같은 대선 후보들도 TV토론 덕을 톡톡히 봤다.

반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미 카터(1976년)와 조지 W 부시(2000년)는 토론에서 상대 후보에 뒤졌지만 대통령이 됐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 TV토론에서 클린턴이 이겼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그 후 TV토론이 유권자 표심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나왔다. 2020년 조 바이든과 트럼프 간 TV토론에서 논쟁은 온데간데없고 막말과 험담이 난무하면서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가 어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격론을 벌였다. 트럼프는 “내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해리스가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CNN 여론조사에서는 시청자의 63%가 승자로 해리스를 꼽았다. 트럼프는 6월 말 바이든 대통령과 벌인 TV토론에서 완승했고 결국 바이든의 후보사퇴로 이어졌다. TV토론이 대선 당선까지는 아니지만 판세는 조금 바꿀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떨까. 1997년부터 대선 TV토론이 시작됐지만 토론이 승부를 가른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명박(2007년)·박근혜(2012년)·문재인(2017년) 대통령은 경쟁 후보보다 토론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선됐다. 날로 심각해지는 정치 진영 및 이념 양극화와 무관치 않다. 시청자들은 대부분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이들로 이미 지지 후보자에게 편향돼 있을 공산이 크다. 토론에서 지지 후보가 어떤 실수를 해도 개의치 않고 상대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는 귀를 닫는다. 이쯤되면 TV토론 무용론을 넘어 해악론까지 나오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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