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복귀 전공의 신상을 담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불법행위라면 잘못된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작성자에 대한 수사당국의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면 경제적·법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2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채 이사는 “저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이 잘한 것이냐 잘못한 것이냐로 보면 협회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은 것도 회원이고, 회원이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그게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하면 당연히 잘못된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채 이사는 “지금 진행되는 조사나 구속 과정 등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봤을 때 부당할 정도로 과하다는 것이 주된 생각”이라며 “회원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얘기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사직 전공의 정모씨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에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복귀 전공의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게시한 혐의(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일 구속했다.
채 이사는 정씨에 대한 경제적·법적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채 이사는 “범죄 사실에 대해 다 아는 게 아니라서 (지원 여부를) 지금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최근 임현택 회장이 경찰서를 방문했는데, 상황에 대해 청취하고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간 분들 의견도 청취해서 부당한 행위가 있었고 협회 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면 경제적이든 법적이든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정씨를 두둔하며 후원을 인증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의대생 학부모 단체인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도 회원 모금을 통해 정씨 측에 10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채 이사는 이를 의사들의 개인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지원하는지 알 수 없고, 지원 규모에 대해서도 추산할 수 없어서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 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의 정책 제안 사항도 발표했다.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10여명의 의대생과 사직 전공의들이 모인 의협 산하기구로 지난달 출범했다.
이들은 의협 내 자정 기구인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사유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한정돼 있고, 실질적으로 부과할 불이익도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 내 ‘간호사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불법 의료행위 감시 기구로 확대해 상시 운영하고, 대리 시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자체 조사해 관리·감독하자고 제언했다.
또 의료 시술을 받는 사람이 시술하는 의사의 신분을 확인하고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님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QR코드와 의료인 명찰 등을 이용한 ‘시술 의사 확인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각 의료기관에서는 의사 면허증을 게시해 피시술자가 QR코드로 확인한 정보와 시술자 정보를 교차 검증할 수 있도록 하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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