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재 세 자녀는 미국서 사립학교 교육
한 해 교육비 지출만 2억5000만원 달해
‘강남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제한’을 주장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배우자 명의의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학령기 인구 비례로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신입생을 뽑자고 제안하면서 지난달 30일 “강남 사시는 분들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 커리어를 희생하거나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행복한지 강남 부모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24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이 총재는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한 채를 보유했다.
이 총재는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로 당시 정권 철학이었던 ‘1주택자’ 기준은 충족했지만, 강남 아파트를 보유한 채 용산구 이태원동과 송파구 문정동에 전세권을 갖고 있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지난달 ‘지역별 대학 비례선발제’를 제안한 이후 ‘강남 교육’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내비쳤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서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이 지역별 고등학교 3학년 학령인구 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뽑자는 주장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세종 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은 제안과 관련해 “저희(한국은행)는 보고서에서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한국)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에선) 여섯살 때부터 학원 보내고 이게 행복한 건지, 나중에 좋은 대학 가서 부모 요구 달성하면 되지만, 달성 못 한 아이에게는 평생의 짐을 지운 것으로,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선 “사교육 강사와 대학 입학 코치가 밀집한 강남권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집값과 대출을 끌어올리고,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지방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강남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배우자 보유의 강남 아파트에 거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 자녀가 미국에서 사립학교 교육을 받은 점에서 마찬가지로 고가의 비용을 지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4월 이 총재를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이 총재의 자녀 학비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장남·장녀·차녀 등 세 자녀의 한 해 교육비가 2억5000만원에 달한다”며 “후보자의 세 자녀 모두 교육을 대부분 미국 등 해외에서 받았고 상당한 수준의 교육비가 드는 사립학교였다. 후보자가 전문성은 갖추신 것 같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컨트롤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아이들 교육비가 매년 2억원이 넘는데 미국 교육제도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대학 학비가 1인당 7만~8만달러(약 1억 463만원)로 해외에 있는 동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답변했다.
아시아개발은행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등을 지내며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고가의 자녀 학비를 지출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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