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경기 회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국경절 연휴(1∼7일)를 앞두고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그간 잘 사용하지 않았던 일회성 현금 지원까지 내놨다. 이는 국경절 연휴에 최대한 소비진작을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4분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올해 성장률 목표로 내세운 ‘5% 안팎’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 증시는 국경절 연휴 휴장을 앞두고 폭등을 이어가는 등 곧바로 반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이은 부양책… 시장은 환호
경제 회복 둔화 속에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에 나선 중국 중앙은행이 침체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달 말까지 시중은행들의 기존 부동산 대출 금리를 일괄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시중은행들이 모인 ‘시장 금리 결정 자율 메커니즘’이 상업은행들이 10월31일 전까지 대출우대금리(LPR)-0.3%포인트를 넘는 기존 부동산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지도했다. 인민은행은 금리 인하 조치가 생애 첫 주택뿐만 아니라 두 번째와 그 이상 주택에도 적용되며, 18개 전국 범위 상업은행이 원칙적으로 10월12일까지는 각자의 금리 조정 세부 사항을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24일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기존 주택 대출 금리를 신규 금리와 맞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판 행장은 상업은행이 기존 부동산 대출 금리를 신규 대출 금리 수준으로 인하하도록 유도하면 부동산 대출 금리 평균 인하 폭이 대략 0.5%포인트 안팎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인민은행은 부동산 대출 시 납부해야 할 최저 계약금 비율을 15%로 낮추겠다고 한 판 행장의 언급도 공식화했다. 부동산 대출 한도가 집값의 85% 선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또 올해 5월 창설된 3000억위안(약 56조원) 규모의 보장성 주택(저소득층 등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 재대출 자금 지원 비율을 현재의 60%에서 100%로 끌어올리는 것 등의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신중국 건국 75주년을 맞아 10월1일 국경절 이전에 극빈층, 고아 및 기타 궁핍한 사람들에게 일회성 지원금이 제공될 것”이라며 “궁핍한 사람들에 대한 당과 정부의 관심과 배려를 신속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인당 지원금이나 총 지출 규모, 지원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회성 현금 지원은 이례적인 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도 중국 정부의 현금 지원은 없었다. 이는 침체 우려가 커진 중국에서 어떻게든 국경절 연휴 기간 소비진작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지난달 저점 대비 27% 치솟았다. CSI300은 연휴 직전인 지난달 30일에는 8% 넘게 치솟으며 1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식 더 오를까… 엇갈린 전망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가 경기부양책을 고려해 중국 본토 주식에 관한 투자 의견을 상향조정한 반면, 노무라증권은 2015년 같은 폭락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HSBC가 중국 본토 주식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높이며 “랠리에 뛰어들기에 늦은 때가 아니다”라며 중국 본토 주식이 15% 저평가돼 있는데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작다고 평가했다. HSBC는 성장주, 국유기업 개혁 수혜주, 고배당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HSBC는 중국 투자 의견을 높이는 대신 멕시코 주식 비중을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10∼15%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노무라 홀딩스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훨씬 약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주가 폭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무라는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최근 주식 열풍이 2015년과 비슷한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보다 발생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주식 상승세가 이전의 단기 반등과는 다르다는 전망이 많지만 노무라는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투자자들이 당장은 주식 붐에 빠져들어도 괜찮겠지만, 평가를 냉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년간의 부동산 위기, 막대한 규모의 지방 정부 부채,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지적했다.
에버코어ISI의 중국 리서치 담당 이사인 네오 왕은 “2015년 같은 주가 폭락이 되풀이되면 중국 지도부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6월 12일까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가 2개월 만에 40% 추락했다.
◆“추가 부양책 필요” 목소리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뿐 아니라 재정 부양책도 따라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정치국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 투자를 위한 초장기 특별국채 및 지방정부 특별채 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 산하 연구원 출신의 유명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최대 10조위안(약 1890조원) 특별 채권을 발행해서 재정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 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중국 정부가 올해 2조위안의 특별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문제 해결 대책도 강구하기로 했다. 인민은행이 앞서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외에 주택 구매 제한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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