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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충격으로 정신연령 4살됐다…승무원 꿈꾸던 24살 외동딸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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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7 07:55:24 수정 : 2024-10-07 07: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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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후유증으로 정신연령이 네 살이 됐다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여성의 비극이 대중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4살이 된 24살 - 흩어진 증언과 다이어리'라는 부제로 승무원을 꿈꾸며 항공사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졸업생 김지민(가명)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늦둥이 외동딸이었던 지민씨를 소중하게 키워온 부모에게 처음 절망이 찾아온 건 지난 2021년 11월. 지민씨가 삼촌이라고 부르며 부모와도 가까이 지냈던 50대 박씨(가명)가 집에 놀러 왔던 날, 지민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깜짝 놀라 박씨를 돌려보내고 딸을 진정시키자, 지민씨는 충격적인 답을 내놨다. 운전면허 주행연습을 시켜주던 삼촌 박씨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방금 전에도 방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지민씨가 여섯 살부터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는 박씨는 그간 서른 살 넘게 차이 나는 지민씨를 모텔 등으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질러 온 것이다.

 

부모는 곧바로 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지민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부모를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는 등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보였다. 끝내 그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네 살 수준의 인지능력으로 퇴행했다'는 진단과 함께 정신과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러나 박씨는 지민씨를 강제로 모텔로 데려갔거나, 강압적으로 성행위가 이뤄진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지민씨에게 닥친 정신적인 문제가 자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지민씨가 사건 1년여 전 다른 건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기록이 있음을 내세웠다. 과거 있던 정신질환이 공교롭게 같은 시기 악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피해자인 지민씨의 진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지민씨는 경찰서에서 피해 진술을 하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스물넷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정신과병원에서 퇴원한 후 부모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는 듯했으나 지난해 6월 우연히 마트에서 박씨를 마주쳤고,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힘들어하다 두 달 후인 지난해 8월 아파트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중 박씨에 관한 뜻밖의 이야기도 듣게 됐다. 박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이가 지민씨뿐만이 아니라는 것.

 

박씨의 한 지인은 이날 방송에서 박씨에 대해 "대외적으로 친절하고, 자상하고, 여자 좋아하고 스킨십은 기본이다. 허벅지나 손을 만지고 볼에 뽀뽀도 한다"며 "그러다 술을 마시면 추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데 '너랑 자고 싶다'는 등 노골적인 이야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어마무시한 사건이 있었다"며 "그전에는 신고할 생각도 전혀 못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다. 그리고 그 사람(박씨)은 본인에게 불합리하거나 잘못될 것 같은 것은 잘 피한다"고 말했다.

 

방송에 따르면 박씨는 지민씨 가족과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그는 "내가 성폭행해서 합의 보는 게 아니라 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돈은 많이 주면 안 되고 최대 상한가가 천만원이다"라며 "지민이 측은 지민이 아버지 진술 빼곤 마땅한 증거가 없다. 정신 멀쩡할 때 관계를 했으면 와서 강간당했다고 했어야 하는데 안 하지 않았느냐. 난 염려 안 한다. 1심 때 충분히 나갈 수 있다"고 자신의 무죄를 확신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박씨 측 변호인 또한 "박씨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보다 너무 과도한, 그러니까 한 사람을 죽인 것처럼 비난받는다. 이건 안 맞지 않나"라는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재판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비동의 간음죄가 아직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동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죄 성립이 불가하고, 이에 따라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필요한데 피해자가 사망해 진술 보강이 어려워진 점이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거라는 것. 그러나 성폭행이 발생했을 당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인지 장애라는 상해가 발생했고, 우연히 박씨를 만난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 등 뚜렷한 정황 증거가 참작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실제 검찰은 2022년 8월 수사 도중 지민씨가 사망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딸의 기억이 가까스로 돌아올 때면 어떻게든 녹음을 해뒀다는 부모님의 노력과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일기장과 1장 반 분량의 자필 메모,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 영상, 의무기록, 상담일지 등을 통해 박씨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 그를 법정에 세우게 됐다.

 

대전지검 논산지청은 지난 6월 강간치상, 강제추행 치상,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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