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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강도 높은데 박봉”… ‘양육비 선지급’ 이행원 변호사 인력난

입력 : 2024-10-07 19:25:28 수정 : 2024-10-07 19: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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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시행 앞두고 예산 동결

선지급제 통과로 업무 증가 불가피
수혜자 10배 늘어 증원 필요 불구
변호사 수 5년 새 17명→10명 ‘뚝’
법률구조공단 초봉比 절반 수준에
양육비 이행률 목표는 매년 상향

“양육비 이행은 저출생 문제 직결
변호사 처우개선 문제 해결 시급”

양육비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는 비양육자를 대신해 국가가 한부모 가정에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내년 7월 시행 예정이지만, 이를 수행하는 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의 변호사 처우 개선 문제는 답보 상태다. 이행원의 내년 법률지원서비스 예산은 올해와 같은 규모로 동결돼 제도를 뒷받침할 인력난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사진=뉴시스

7일 여성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이행원의 내년 법률지원서비스 예산은 18억200만원으로 동결됐다. 내년 이행원의 인건비는 55억100만원으로 올해(50억6300만원)에서 8.7% 늘어났으나 이는 변호사가 아닌 일반 직원 9명의 추가 채용이 반영된 것이다. 이행원 관계자는 “선지급제 통과로 소송 관련 업무가 늘어날 게 뻔하고, 벌써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데 직접 소송에 대한 예산이나 인력이 동결돼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우려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17명이던 이행원의 변호사 인력은 매해 줄거나 동결돼 현재 10명이다. 그마저도 행정 업무 지원을 제외한 직접 소송 담당 변호사는 7명에 불과하다. 반면 양육비 이행률(이행 확정 건수 대비 실제 이행 건)은 매해 지속해서 늘어 지난해는 42.8%를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45%로 설정됐다.

변호사 인력난은 상급기관이었던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이 인력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탓으로 알려졌다. 이행원 관계자는 “한가원이 이행원 전체 인력 규모를 2021년 대폭 줄이면서 불안감을 느낀 변호사들이 많이 이탈했는데 2021년, 2022년 채용 공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채용을 포함한 예산의 독립적인 운용 필요성 등이 제기돼 이행원은 지난달 27일 독립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채용 공고가 나갔으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기관 내 변호사들과 비교해 처우가 열악해 결국 최종 채용이 불발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행원 변호사의 초봉은 3600만원선으로 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초봉인 6500만∼700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행원 관계자는 “지난해 채용 공고가 법대생 전용 커뮤니티 ‘로이너스’에 올라가자 ‘업무 강도는 높은데 박봉’이라는 내용의 악성 댓글로 도배됐고, 앞으로는 채용을 해도 커뮤니티에 공고를 올리면 안 되겠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으로 이행원 변호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선지급제는 기존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을 확대·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중위소득 75% 이하 한부모에 최대 12개월간 월 20만원을 지급하던 것을 중위소득 150% 이하 한부모에게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지원하는 내용으로 바뀌면서 수혜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구는 연간 1만7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한시적 긴급지원 수혜 자녀는 연 990여명인데 선지급제가 시행되면 신청자가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선지급(월 20만원) 외 나머지 이행 금액은 소송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어 단순 계산으로 치면 변호사 인력도 10배 이상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지난달 기관이 독립하고 선지급제는 통과했지만 변호사 인력 예산은 그대로인 엇박자 상태”라며 “양육비 이행은 저출생 문제와 직결된 문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이행원 변호사의 안정적인 업무 수행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행원 관계자도 “지난해처럼 공고를 내도 연봉이 낮으면 채용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처우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인재들이 입사할 만한 근무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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