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전문가 등 “부적합”
예산 수십억원 필요… 혼란 가중
“전국 25곳 탈북민 지역적응센터 역량 저하 우려”
재단 조직 비대화도 문제점 지적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하나재단)이 각 지역별 풀뿌리 하나센터들에 대한 직영화를 시도 중인 가운데, 통일부의 외부용역보고서, 현장 간담회,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에서 모두 직영화에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혈세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일인 데다 직영화가 부적합하다는 전문가·현장 의견 등을 확인하고도 추진 중이어서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하나센터 직영화 추진현황 및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 수요분석 및 서비스 공급체계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지역적응센터의 현장 중심 서비스와 재단 중심의 공동 서비스 역할의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센터와 재단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일보 7월30일자 1·8면 참조>
보고서에는 이와 관련, 하나재단에 대한 탈북민의 부정적 인식, (직영화 시) 지역후원 및 지역 네트워크 활용도 저하 등의 우려와 함께 “재단의 조직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는 센터의 현장근무 인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현재 탈북민 정착지원업무의 “기본적 체계는 적절하다”라는 판단과 함께, “더 강력한 지자체와의 협력”, “센터의 시설화 및 거점역량 강화”, “센터 인력의 보강 및 근무 여건 강화”를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김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4월, 9차례에 걸쳐 실시된 전국의 하나센터 대상 의견수렴에서도 센터장들은 △민간 차원의 복지인프라 연계 부족 △민간기부금 활용 곤란 △민관협업체계 훼손 △직원 처우 저하 등의 이유로 모두가 반대했다.
5월20일 지자체와의 실무협의에서도 탈북민 거주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시와 경기도 모두 반대의견을 냈다.
하나센터는 전국 16개 시도에 25곳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국고보조금 71억원, 지자체 지원 48억원, 민간후원금 12억5000만원, 운영법인 전입금 6억원 등을 지원받아 운영됐다. 하나센터가 하나재단 소속으로 직영화될 경우,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운영하게 돼 혈세 부담이 가중된다. 지난해 비용으로 치면 137억5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게다가 초기 센터 건립 비용이 약 85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돼 혈세 부담은 가중된다.
통일부와 산하기관인 하나재단 간 기형적 구조도 형성된다. 25개 센터의 센터장(통일부 과장급) 임명권을 하나재단 이사장이 가지게 되면서 이사장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예산 및 조직 규모도 급격히 커져 조직이 비대해진다. 차관급인 이사장이 상급기관인 통일부 장관급의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민관협력 축소, 신속하고 효율적인 서비스 어려움 등의 우려로 이미 논란이 인 바 있으나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민 정착지원을 더 안정적,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직영화를 추진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의원은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명분 없이 추진되는 무리한 하나재단 조직 몸집 불리기는 탈북민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탈북민 정착에는 지역 사회가 중요한데, 지자체는 물론 민간 네트워크와의 협업이 자칫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없이 ‘법 개정’까지 언급하며 일선 현장의 혼란을 부추긴 통일부와 하나재단의 잘못이 크다”며 “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재단 직영화를 멈추고,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정책수요자의 입장에서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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