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밀리에 소통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단말기 ‘스타링크’를 서비스하는 머스크가 푸틴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했다면 미국 안보에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 제재 등을 부과하며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와의 대화 재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WSJ는 이날 미국과 유럽, 러시아의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해 머스크와 푸틴 대통령이 2022년 말부터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사적인 분야와 사업 분야, 지정학적 긴장에 관한 내용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한 목적으로 머스크에게 ‘대만을 위해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WSJ는 전했다. 매체는 “머스크는 올해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을 지지하는 핵심 인물로 떠올랐고,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역할을 찾을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최근 몇 년간 푸틴을 고립시켰지만, 머스크의 대화는 러시아 지도자의 재참여를 알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주요 분쟁을 해결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머스크의 스타링크 서비스가 잠재적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2021년 미국의 군사 정보 기관과 18억달러 규모의 기밀 계약을 체결했고, 미 국방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매체는 머스크가 특정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허가를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매체는 머스크가 2022년 10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주를 주제로 대화하던 도중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 이후부터 올해까지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와도 계속해서 대화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WSJ은 머스크와 푸틴 대통령의 소통이 시작된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머스크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대량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말 러시아가 머스크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머스크의 사업과 머스크 개인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고, 이후 머스크가 러시아 고위 당국자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머스크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를 공략하려고 하자 스타링크 접속을 끊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지난 7월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관료주의 최소화에 목표를 둔 ‘정부효율성부’라는 부처를 신설하고, 머스크에게 위원장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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