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부여·남해 등 6곳 ‘서울농장’
포천·제천·함평 등엔 ‘서울캠핑장’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호응 얻어
삼척·보령에는 ‘골드시티’ 만든다
타 지자체에 서울시 시설 조성도
“건물 숲에서 자연의 숲으로 사무공간을 옮기니 ‘힐링’이 저절로 되더라고요. 우리 전체 직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오거나 ‘워케이션’(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한 신조어)으로 다시 한 번 찾아올 계획입니다.”
서울에 사무실을 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해 5∼6월 충남 부여군의 ‘부여 서울농장’에서 열린 워케이션에 참여한 뒤 이 같이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농촌에서 업무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엔 활력을 불어넣고자 전국 6곳에 서울농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참여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서울농장 농촌힐링 워케이션’을 운영했고, 올해는 기업 연계 가족 체험 프로그램과 자립지원청년 마음치유 등 다양한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는 농촌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서울농장뿐만 아니라 지방 폐교 부지를 활용, 가족 단위로 캠핑을 할 수 있는 ‘서울캠핑장’도 전국 각지에 5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잇따라 협약을 맺고 은퇴한 시민이 이주해 살 수 있는 ‘골드시티(서울-지방 상생형 순환 도시)’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처럼 지역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시민을 위한 여가시설 등 인프라를 조성, 지방 ‘관계인구’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관계인구란 특정 지역에 지속적으로 방문해 관계를 유지하는 외부인을 뜻한다. 지방 소멸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수도 서울이 선도적으로 지역 상생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라 눈길을 끈다.
서울농장은 2020년 6∼9월 경북 상주시와 충북 괴산군, 전남 영암군에 개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에 성공한 직후인 2022년 7월 강원 영월군, 충남 부여군, 경남 남해군에 추가로 문을 열었다. 올해는 지난 4월부터 다음달까지 운영한다. 서울시민 중 농촌에서 농사·힐링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숙박시설까지 갖춘 농장에선 텃밭 가꾸기나 감자·호박·토마토·무·배추 같은 작물 재배를 할 수 있는 농사 체험, 수생식물 관찰, 곤충 채집, 허수아비 만들기 같은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과·두부·메주 등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목공 체험, 사찰 탐방 역시 가능하다. 올해는 9월 말 기준 농장 프로그램이 총 77차례 열렸고, 시민 1698명이 참여했다.
서울캠핑장은 경기 포천시와 충북 제천시, 전남 함평군, 충남 서천군, 경북 상주시에서 운영 중이다. 서천에는 기존 캠핑장 외에 지난해 9월 오토캠핑장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2013년 가족자연체험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으로 시작돼 10년이 넘은 사업이다. 하천생태 체험(포천), 모시 송편 만들기(서천), 꽃 부채·액자 만들기(제천), 밀납초·목걸이 만들기(상주), 야생화 꽃차 만들기(함평) 등 지역 특화 프로그램도 갖췄다. 지난 9월 말 기준 1만4034명이 이용한 인기 사업이다.
시는 서울시민이 일시적으로 타 지역을 방문하는 데에서 나아가 은퇴 후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거주할 시니어타운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인생 2막 주거단지’를 기치로 내건 골드시티는 소멸 위기 지방 도시에 의료·관광·일자리 등의 인프라를 갖춘 타운을 만드는 사업이다. 골드시티 입주자들이 서울에 보유한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매각 또는 임대해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 주거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호 골드시티’는 강원 삼척시에 조성된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이런 내용을 담은 우호교류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 7월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충남 보령시에 2호 골드시티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골드시티 이주민을 위한 주거 지원부터 생활 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동률 시 행정국장은 “이 밖에도 강원 횡성군에 시 문화유산보존센터를 만드는 등 타 지자체에 서울시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며 “우리 시는 앞으로도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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