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100곳 중 68곳 마이너스
코스피·코스닥, 日 증시 웃도는 성적
중소형주 강세… 고려아연 상승률 1위
넥스틴 30%·파마리서치 21% 뒤이어
LG이노텍·에스에프에이 -20% ‘꼴찌’
구성종목 조정 예고에 금융주 상승세
증권가 “ETF 출시 이후 수급 회복 예상”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극복을 위해 내놓은 ‘코리아밸류업지수’에 편입된 기업 10곳 중 7곳의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그쳤다. 밸류업 지수의 수익률도 0%대를 기록했다. 다만 코스피·코스닥, 일본·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음달 출시 예정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감은 꺾이지 않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가 실시간 공개된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이 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 중 68개의 수익률이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7.17%), 현대차(-11.98%), 셀트리온(-2.93%), 기아(-10.59%) 등 코스피 상장사들이 부진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고려아연이 이 기간 경영권 분쟁으로 117.02% 상승했는데, 기업 실적이 아닌 이슈가 지수를 끌어올린 셈이다.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30일 1020.73으로 출발한 이후 이날 1020.82로 0.01% 상승해 코스피(-1.21%), 코스닥(-3.91%) 상승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나스닥(2.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49%) 등 미국보다 낮았지만 일본 닛케이225(-2.32%), 유럽 유로스톡스50(-1.42%)보다 나은 수준이다.
밸류업 지수 공개 후 가장 많이 상승한 구성 종목은 고려아연에 이어 넥스틴(30.02%), 동서(22.40%), 파마리서치(21.82%)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반면 코스닥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20.49%), 코스피의 전자분야 종목인 LG이노텍(-20.45%), 한미반도체(-18.05%), 코스닥의 F&F(-17.77%) 순으로 수익률이 낮았다.
증권가는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한 ETF와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이 다음달 4일 출시 예정인 만큼 그 이후에야 이들 구성 종목에 본격적으로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도 밸류업 지수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참고하기로 한 만큼 기관 수급이 얼마나 집중될지도 관심사다.
밸류업 ETF 상장을 준비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은 “밸류업 공시 활성화로 기업의 체질 변화가 이뤄지면 만성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지원 등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에 대한 관심과 수익기관의 참여 등을 감안하면 (밸류업) ETF의 초기 운용자산(AUM)은 3000억∼4000억원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수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9월 말 발표 후 관련 수급이 반영되고 있는 점은 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는 출시 직후 배당 수준이 높은 몇몇 금융주 등이 제외되는 등 형평성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이에 거래소는 연내 구성종목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의 향후 구성종목 변경 과정에서 금융주들이 새로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특히 지수에서 탈락한 KB금융은 지난 25일 장중 10만3900원으로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13.96%나 상승했다. KB금융은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주 이상,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6.1%(과거 10년 평균) 등 밸류업 계획도 지난 24일 공시한 바 있다.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된 하나금융지주도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7.08% 올랐다. 하나금융도 이날 주주환원율 50%를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밸류업 목표를 밝혔다.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확대해 EPS, 주당순자산가치(BPS) 등 주요 지표를 개선하고,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해 배당의 일관성도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해마다 단계적으로 총주주환원율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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