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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건의 北 지령문”…간첩활동 실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입력 : 2024-11-07 04:00:00 수정 : 2024-11-06 18: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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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령받고 간첩 혐의…전 민주노총 간부 1심 ‘징역 15년’ 법정구속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해 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 간부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6일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씨에게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뉴스1 자료사진

 

국가보안법위반(특수잠입·탈출)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와 민주노총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다만, 국가보안법 위반(회합 등) 혐의로 이들과 같이 기소된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죄를 선고받은 A씨 등은 도주 우려 등이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우선 A씨 등 전 민주노총 간부 3명이 주장한 공소제기 절차 및 증거능력 주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원 채증 영상·사진의 영장주의 및 형사사법공조절차 위반, 조작가능성 등을 주장하나 법원의 검증, 국과수 감정, 국정원 수사관 및 국과수 직원 증언 등에 비춰 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제출된 증거의 원본과의 동일성, 무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북한 지령문을 수신하고 대북보고문을 발송한 점도 유죄로 인정되며, 그가 탐지·수집한 정보도 국가기밀 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고 2020년 9월 민주노총 3기 직선제 선거 관련 계파별 위원장 후보 선정 동향 및 성향을 탐지 및 수집했고, 2021년 평택미군기지, 오산공군기지 군사장비·시설 정보를 수집했다"며 "이를 국가기밀이 아니라고 부인하나 다수의 북한 지령문, 피고인이 작성한 보고문 내용 등을 보면 반국가단체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한 국가기밀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지난 1월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재판부는 특히 A씨가 민주노총이나 시민단체 등이 주관하는 각종 집회나 시위에서 민주노총 투쟁 방향이나 내용에 관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은 점을 주목하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노총 등의 합법적 활동 등이 혹시 북한에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그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수신한 북한 지령문에는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직후 6월 한 달간 반미집중행동을 하는 등 국내 반미, 반일 감정을 확산하고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를 대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와 공모한 B씨와 C씨에 대해서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은바 피고인의 행위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조직 내부 혼란뿐만 아니라 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져 국가안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무죄를 선고한 D씨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회합의 내용 등을 추단할 수 없는 이상 D씨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북한 공작원과 회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합법적 노조활동을 빙자해 간첩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북한 지령을 받아 수집한 정보 등에는 민주노총 3기 직선제 선거 관련한 계파별 위원장 후보 선정 동향 및 성향, 평택미군기지, 오산공군기지 군사장비 시설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B씨와 C씨 등은 A씨와 함께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고 지령문을 수신한 혐의 등을 받는다.

 

D씨는 A씨와 함께 2017년9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민주노총 사무실과 A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인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분석해 지난해 5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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