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분양가·고금리 등 여파
5대 광역시·세종시 41.9%
경남은 6.3%… 한자릿수 그쳐
미분양주택 증가 악영향 우려
서울·수도권은 70%대 유지
공급 부족에 청약 호조 예상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아 위축된 지방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냉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지방 민간아파트의 평균 초기 분양률이 40%선에 머물면서 전국 초기 분양률도 6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높아진 분양가에 여전한 고금리 여파 등으로 지방 분양시장의 한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54.5%로 지난해 1분기(49.5%)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직전 분기(64.2%)보다 9.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전년 동기(83.5%)와 비교해서는 29%포인트 급락했다.
초기 분양률이란 ‘분양 개시일 이후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인 아파트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의 비율을 말한다. 분양 시작 뒤 6개월 내 실제 계약된 아파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전국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지난해 4분기 86.3%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며 1분기(78.0%) 70%대, 2분기(64.2%) 60%대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 들어 50%대를 기록했다.
초기 분양률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특히 지방 시장의 저조한 초기 분양률이 전체 수치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3분기 5대 광역시 및 세종시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41.9%, 기타 지방 초기 분양률은 48.4% 수준이다.
5대 광역시 및 세종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94.4%까지 뛰었으나 올해 1분기 들어 65.8%로 30%포인트 가까이 내려앉은 뒤 2분기(43.7%)와 3분기 모두 40%대에 머물렀다.
기타 지방에서는 초기 분양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지역도 나왔다. 경남의 3분기 초기 분양률은 직전 분기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6.3%로 집계됐다.
수도권 초기 분양률(70.0%)은 최근 핵심 지역 아파트 위주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영향으로 3분기에도 70% 선은 지켰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1.6%, 인천 83.0%, 경기 67.6%다.
시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은 향후 공급 부족 전망 등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겠으나, 지방 시장은 이른 시일 내 반등이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방은 시세 대비 고분양가여서 청약이 침체하나, 수도권 핵심 지역은 가격 상승 기대감이 형성돼 청약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에서는) 신축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고, 집이 안전자산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면서 “이달에도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초기 분양률 하락은 최근 석 달(7∼9월) 연속 감소 추이를 보여온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다시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더 큰 타격을 입는 것 역시 지방 분양시장일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올해 8월까지의 지역별 미분양주택 위기 단계를 분석한 결과, 지방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위험 진입 단계’로 분류됐다. 수도권은 ‘관심 단계’에 머물렀다.
빈재익 건산연 연구위원은 “미분양 문제는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미분양주택을 지방 주거복지를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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