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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 타고 지각 모면… 암 진단에 병실 시험 [2025 대입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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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4 17:49:41 수정 : 2024-11-14 23: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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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수능 이모저모

“대박 기원” 가족·후배들 응원 속
수험생 가벼운 옷차림으로 입실
신분증 놓고 와 경찰 긴급 수송도
경기교육청 나이스 한때 접속 장애

“차렷. 선배님, 수능 대박 나세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은 이른 아침부터 응원 나온 후배들과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새벽부터 모인 중동고 학생 20여명은 선배들이 들어갈 때마다 “파이팅”을 외쳤고, 수험생들은 “후배들아, 고맙다”고 화답한 뒤 시험장으로 향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구 용산고 앞에서도 배문고 응원단 15명이 ‘수능 대박 기원’ 현수막을 펼치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조성진(17·배문고 2학년)군은 “실수하지 않고 실력 다 보여주고 오시길 바란다”며 “내년엔 우리 차례인데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 옷차림은 예년과 달리 가벼웠다. 평년 기온을 3∼8도 웃도는 포근한 날씨 때문이다. 후드티나 후드집업을 입은 수험생들이 많았고, 외투를 한 손에 걸치거나 반바지를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종일 흐린 날씨가 이어지다가 수능이 끝날 때쯤 곳곳엔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번 수능엔 재수생과 반수생 등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이 지원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험생들은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종로구 경복고에 수능을 보러 온 송준민(18)군은 “수능 전엔 심란했는데 막상 오니 차분해졌다”며 “12년 동안 준비한 것을 긴장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18)군은 부모님 지원에 감사하다면서 “꼭 원하는 대학에 붙어서 좋은 결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치른 수험생 사연도 전해졌다.

 

이틀 전 혈액암의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을 진단받은 한 수험생은 병원에서 마련한 ‘병실 시험장’에서 수능을 봤다. 림프종은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면역이 극히 떨어져 입원이 시급했지만 수험생이 시험을 보려는 의지가 컸다고 한다. 병원 측은 교육청 협조를 받아 병원 특실에 시험실을 만들고 비용도 지원했다.

14일 인천 동구 동산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섬마을 학생들은 8∼10일 전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왔다. 학교 인근에 시험장이 없어서다. 인천 대청·덕적·연평·백령고 4개 고교 학생 30여명은 이날 인천시가 제공한 전세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차례로 도착했다.

 

수험생들을 바래다준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자녀를 안아준 뒤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를 한참 동안 지켜봤다. 이화여고에 딸을 데려다준 송모(48)씨는 “딸이 들어갈 땐 담담했는데 지금은 울컥한다”며 “출근 준비해야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힐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개포고 앞에서 만난 권윤정(51)씨는 “점심은 아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불고기, 겉절이를 넣었다”며 “오늘까지 온 것만 해도 고맙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들 수능 대박 나세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4일 강원 춘천시 춘천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수험생 후배들이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큰절을 올리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사건·사고는 올해 수능일에도 어김없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15분 울산 중구 복산삼거리에서는 수험생이 탄 차량이 교통사고가 나 경찰차가 긴급 출동해 수험생을 2㎞ 떨어진 시험장으로 수송했다. 오전 8시 개포고 앞에선 신분증을 두고 온 수험생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경찰차로 신분증이 전달되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수험생을 태운 택시기사가 교통지도를 하던 경찰에게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해 경찰 호송을 받으며 시험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이날 경찰차로 수험생 154명을 태우는 등 187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오전 한때 경기도교육청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이 접속 장애를 일으켜 시험장에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수험생의 신원확인이 잠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오전 7시쯤 발생한 오류는 8시20분쯤 복구됐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충북고등학교 정문 앞에 수험생 긴급 수송을 대비한 싸이카와 경찰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수능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은 대체로 “국·영·수는 쉽고 탐구가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안예빈(18)양은 “국어랑 수학은 평이했고 탐구는 조금 까다로웠다”고 했고, 반수생인 이승지(20)씨는 “지난해보다 훨씬 쉬웠다”고 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주세정(18)양은 “홀가분하다”며 “가족들과 밥 먹으러 갈 예정”이라고 전했고, 오유진(18)양도 “친구들이랑 놀기로 했다”며 “오늘은 일단 즐기고 싶다”고 웃었다.


이정한·이규희·윤솔·정진수 기자, 수원=송동근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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