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꿈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추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아 현재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선 눈이 멀게 한다.
작가 송명진은 현재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목표를 좇는 삶을 잠시 멈추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으로 눈을 돌리자고 제안한다.
지하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 ‘Shall We Dance 1’(셸 위 댄스 1)이 말을 걸어온다. 그림 속 기묘한 생명체는 작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의 형상이 축약된 것으로 마치 군무를 추듯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희고 둥근 물체에 홀린 듯 이를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막연한 꿈이나 목표일 것이다. 현실을 뒤로한 채 앞만 보고 전진하는 삶에 대한 회의다.
‘Finger play 1’(핑거 플레이 1)에서는 줄을 타고 있는 손가락 인간을 볼 수 있다.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현장의 분위기는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긴장감을 전한다. 깜깜한 밤처럼 어두운 배경 속 얇은 실 하나에 의지한 손가락은 마치 조심스럽게 삶이라는 행로를 걷다가 강렬한 불빛에 놀라 순간 멈춘 듯한 모습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송명진의 개인전 ‘Shall We Dance’(셸 위 댄스)가 28일부터 12월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15점의 신작을 통해 삶은 정해진 세상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주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과 회화의 관계, 자신과 삶의 관계에 대해 고심하며 이를 미학적, 철학적 고찰 단계로 끌어올려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얇고 미약한 실 위에 널려서 축 늘어진 내장이 보인다. 내장과 실의 극적인 대비는 자칫 실이 끊어질 수 있는 상황처럼 삶의 불안정함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드러낸다. 몸 안에 응축된 내장은 실 위에 펼쳐져 재배치됐고, 굽이굽이 내걸려 반복되는 리듬은 원초적인 감각을 매개해 삶의 연속성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1층에 내걸린 작품 ‘느슨한 죽음’이다.
사실, 맹목적으로 목표만을 향하는 삶을 어찌 비판만 할 수 있을까. 작가는 그러한 삶일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삶의 긍정성을 캐내어 관객에게 보여준다. 독특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지닌 작품들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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