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9개월을 넘긴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의힘 주도로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협의체에 부정적인 의료계는 물론 이미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내부에서도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시각마저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협의체 출범을 주도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약속하자 의료계가 이에 반발하는 것은 물론 협의체 무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 촉구 토론회’에 참석해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장담했고, 다른 여당 지도부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한 대표는 의료계에 여·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면서 증원이 필수인 의대 신설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지금 의료계는 2025년 의대 증원 중단 내지 축소를 주장하는 상황이라 협의체 참여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여·의·정 협의체 무용론에 불을 당긴 건 대한의사협회(의협)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22일 브리핑에서 대한의학회와 KAMC를 향해 “협의체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부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두 단체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전체 의사 직역이 하나로 모인 비대위가 구성됐으니 무거운 짐을 벗으시고 나오시는 게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한 대표가 올해 8월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의료계는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정부 입장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며 협의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대한의학회·KAMC 내부에서도 “성과 없는 협의체를 계속 해야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차 회의까지 했지만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정부와 협상 채널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협의체에 나섰지만 ‘2025년 증원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더이상 협의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의견들이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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