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짜깁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륙의 감성’이라 치부되며 비웃음을 샀다. 만만하게만 봐왔던 중국 자동차는 날이 갈수록 변모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 자동차를 인수하고 2018년 다임러 벤츠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카피차’란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탈피했다. 그래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기에는 무리였다. 3만개가 넘는 자동차 내연기관 설계가 그만큼 복잡했던 탓이다.
중국 자동차의 급성장은 자동차 트렌드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다. 얼마 전 독일 1위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국 차의 저가 공세로 인한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내 10개 공장 중 3곳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의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하던 폭스바겐이 이제 전기차에 관한 한 중국으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구조조정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Alix Partners)가 발표한 중국 자동차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1%에서 2030년 33%로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자동차 3대 가운데 1대가 중국산 제품이라는 얘기다. 유럽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장벽 전략이 현실화하는 배경이다.
중국의 BYD가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이미 2016년부터 한국에 진출해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판매 중인데, 이번에는 대중적인 승용차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다. BYD는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2009년 첫 전기차를 내놓은 지 13년 만인 2022년 미국 테슬라를 꺾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 됐다. 올해 판매량(261만5000대)은 테슬라(129만6000대)의 두 배가 넘는다. BYD의 국내 시장 진출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판도 변화를 불러올 중요한 사건이다. 연구개발(R&D), 수출 지원, 세제 혜택 등 정책 뒷받침이 연계되지 않는다면 국내 업체들로선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작금의 중국 전기차의 성장 속도와 기술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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