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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위기, 경제 활성화 마중물 ‘지역화폐’로 활로 찾는다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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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05 19:28:39 수정 : 2024-12-06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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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굿뜨래페이’ 성공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 1만5000세대
65세 이상 고령 인구 전체 41% 차지
인구 감소·노령화로 지역 소멸 가속화

지역화폐 개발해 역외 소비 유출 방지
발행 5년 만에 경제인구 90%가 사용
정책수당도 전국 최초 지역화폐로 지급

독자적 시스템 구축으로 운영비 절감
골목상권엔 28% 매출상승 효과 발생
“경제 효과 넘어 공동체 신뢰자산 형성”

지난달 29일 충남 부여군 중앙시장 내 한 통닭집. 통닭 한 마리를 주문한 노재순(73)씨는 부여군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로 결제했다. 노씨는 “카드 쓰는 게 처음엔 낯설었는데 주변에서 이게 쓰기에 좋다고 너도나도 다 쓰더라”라며 “쓰는 법을 몰라도 서로 알려주면서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화폐가) 쓰는 대로 돈으로 돌려주고 아주 편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장 과일가게 상인은 “굿뜨래페이 사용 후 매출의 30%가 올랐다”면서 “시장 상인들도 굿뜨래페이를 다 발급받아 갖고 있다”고 들어 보였다.

5일 부여군에 따르면 최근 군 인구는 6만명선이 무너졌다. 인구소멸과 지역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여군의 지역화폐 가입자는 매월 증가하고 있다. 굿뜨래페이 가입자는 7만9000명을 돌파했다. 부여군은 지역소멸과 인구소멸 극복 해법을 경제적 관계인구, 즉 지역화폐에서 찾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중 한 곳이다.

 

9월10일 박정현 부여군수 전통시장 방문- 굿뜨래페이 사용 모습

◆인구 6만명 vs 지역화폐 가입자 8만명

부여군은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지역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지역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가 전체의 44%인 1만5000세대에 달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2만4300명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지역 경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위주로 돌아간다.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큰 제조업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유치가 쉽지 않다. 부여군의 지리적 여건 또한 지역 소비의 역외 유출을 발생시키기 쉽다. 인근엔 대전과 세종, 충남 공주, 논산, 서천, 보령, 청양, 전북 군산 등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시·군이 많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이런 부여의 경제구조와 소비 특성을 감안해 지역화폐에서 지역 활로를 찾고 있다. 박 군수는 “역외 소비 유출 방지와 지역의 순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화폐 개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굿뜨래페이의 ‘굿뜨래’는 ‘좋다’는 뜻의 영어 단어 ‘굿(Good)’과 ‘나무(Tree)’ 합성어다. ‘좋은 뜰’이란 의미다. 월 충전액은 70만∼100만원, 캐시백은 10%이다. 굿뜨래페이는 발행 5년 만에 지역 경제인구 90%가 사용하는 지역화폐로 정착했다.

 

굿뜨래페이 성공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가장 큰 요인은 ‘정책발행’이다. 부여군은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환경수당, 여성바우처사업, 재난지원금 등 정책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굿뜨래페이 출시 첫해 75억원의 농민수당을 굿뜨래페이로 지급했다. 군은 농민에게 75억원의 예산을 지급했지만, 지역화폐 특성상 관내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관내 소상공인에게도 75억원을 지급한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냈다.

현재까지 정책발행은 40여종으로 총 1152억원이 발행됐다. 올해 10월 기준 유통액은 5094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충남 지역 다른 지역화폐의 평균 2배에 달한다. 특히 농민수당은 누적 614억원으로 부여군 내 순환 경제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독자적 지역화폐 시스템 구축이다. 부여군은 자체개발 시스템 운영으로 운영비를 절감했다. 다른 지역 지역화폐처럼 은행권과 계약하지 않아 수수료는 물론 QR코드와 NFC 휴대전화 결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편의성을 높였다. 사용자와 가맹점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지역 내 소상공인의 95%를 가맹점으로 확보했다. 지역 경제인구의 90% 이상이 굿뜨래페이를 쓰는 것이다. 약 56억원의 절감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유일의 순환형 지역화폐로 가맹점 간 재사용이 가능한 순환형으로 설계된 점도 지속 가능한 운영의 축이다. 자본유출을 방지하고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유통액의 10%인 527억원의 순환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의 연매출 30억원 사용 제한에도 사용량이 크게 줄지 않고 골목상권에 약 28%의 매출상승 효과가 생겼다고 군은 설명했다.

 

◆관외사용자 유치로 중소기업 88개 유치 효과

결제 수수료를 없앤 것은 지역화폐에 회의적이었던 상인들을 호의적으로 돌리는 데 일조했다. 카드 결제 수수료나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막고 매출 그대로 수익이 된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다.

공동체의 자긍심과 연대의식도 형성됐다. 부여군 관계자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면서 소속감이 커진 부분도 지역화폐 발행액을 증가시킨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부여 굿뜨래페이 발행액은 충남 지역 지역화폐 발행 인구당 평균 1위이다. 지역화폐 전문가인 이재민 웅지세무대 교수는 “지역화폐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서 공동체 신뢰자산을 형성한다”며 “굿뜨래페이가 지역소멸위기 지역의 모범 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여군은 지금까지의 관내 사용자 위주의 정책에서 나아가 관외 사용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관내 인구만으로는 인구감소 극복과 경제활성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제적 관계인구를 확보해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굿뜨래페이는 추천인 인센티브를 통해 신규 사용자를 계속해서 확보하고 있다. 부여군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민들에게도 굿뜨래페이를 발행해 부여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 3월까지 전국적으로 6115명이 신규 가입했는데 부여군(3928명) 이외 대전시(336명), 경기도(234명), 세종시(195명) 등 관외에서도 많이 가입했다. 현재까지 굿뜨래페이 가입자는 관내 6만5595명, 관외 1만3062명이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88개 유치한 효과를 냈다.

부여군의 목표는 연간 부여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10%를 굿뜨래페이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부여 연간 관광객 450만명 중 10%인 40만명을 가입시키면 연간 6000억원 정도의 지역화폐 사용량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굿뜨래페이의 독자적 운영시스템은 이미 대전 중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전 중구는 내년 상반기 발행을 목표로 지역화폐 준비에 나서고 있다. 운영시스템은 부여 굿뜨래페이에서 따온다. 대전 중구 관계자는 “중구에 성심당이 있어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 내 선순환 경제시스템을 만드는 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캐시백 혜택 등 세부적인 사안은 내년 본예산 확보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여·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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