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시설 있어도 환자 자율성 제한
사회적 편견도 자립 가로막는 장벽
“전문가 중심 수직적 서비스 벗어나
당사자 스스로 동료 지원 상담 효과”
“정신질환자의 자립을 위해선 전문가 중심의 수직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당사자들이 서비스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위은솔(사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총괄팀장은 8일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선 당사자 중심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10만명에 달하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은 2022년 기준 349곳에 불과하다. 위 팀장은 “법적(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26조)으로는 각 시군구마다 정신재활시설이 설치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며 “시설이 있어도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당사자의 자율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시설은 운영비를 받기 위해 회원들의 출석을 증빙해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취업이나 학업 등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시설의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은 사회적 편견이다. 대부분 정신질환이 20∼30대 초반에 발병하면서 사회생활이 중단되고, 가족들조차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장애 등록도 까다로워 활동지원 서비스조차 받기 어렵다. 위 팀장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임용이 거부된 사례도 있다”며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장에서조차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차별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당사자 중심의 동료 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동료지원센터는 정신장애인들이 소속돼 동료 상담과 지원을 수행하며 보건·의료, 일상생활 등에서 당사자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올해 초 동료 지원 법안이 통과됐지만, 정작 서울시는 내년 관련 예산을 20% 삭감했다.
위 팀장은 “당사자 단체는 서울에 3곳뿐인데 예산마저 줄이면 동료 지원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국제적으로도 동료 지원의 효과성이 입증됐는데 한국만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체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센터는 각 구마다 있지만, 정신장애인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가족들의 부담이 된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자 및 가족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69.6%가 지역사회 거주를 희망하지만, 실제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런 서비스 공백에 가족 5명 중 1명은 돌봄 부담으로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위 팀장은 “정신질환을 겪어본 당사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갈 때 진정한 자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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