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원 8명 중 7명 심정지로 발견
해경, 전복 어선 양포항으로 예인
실종자 1명 선내 정밀 수색 방침
운반선 전방주시 소홀여부 등 조사
“60년 이상 배 타셨는데…” 유족 오열
“아버지는 60년 이상 배를 탔고, 40여년째 선장을 해왔는데….”
9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남동쪽 약 6㎞ 앞바다에서 전복된 29t급 어선 금광호의 선장과 기관장 시신이 안치된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장례식장. 기관장 황모(75)씨 빈소에서 만난 아들(48)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 황씨는 “지난 주말(7일) 잘 계시는가 싶어서 전화를 드렸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최근 증손주를 본 황 기관장에게 가족들은 뱃일을 그만두라고 권했지만 그는 한사코 “유일한 낙”이라고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9t급 저인망 어선인 금광호는 이날 오전 5시43분 경북 경주시 감포항 남동쪽 약 6㎞ 앞바다에서 456t급 모래운반선과 충돌해 전복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접수 후 14분 만에 사고 해역에 도착한 해경은 선장 우모(80)씨와 황 기관장 등 금광호 승선원 8명(한국인 3명, 인도네시아 5명) 가운데 7명을 잇따라 발견했지만 모두 심정지 상태였다. 해경에 따르면 승선원 중 2명은 조타실, 1명은 기관실, 4명은 선실에서 각각 발견됐다. 금광호 전복 당시 내부에 ‘에어포켓’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금광호 승선원 8명 중 7명이 선내에서 발견된 만큼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실종자 1명도 선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10여회에 걸쳐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그물과 어구, 좁은 구조물로 인해 선내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사고 선박에 침몰 방지용 부력재인 리프팅백 3개와 이탈방지망을 설치한 뒤 이날 오후 2시28분부터 현장 인근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항으로 예인에 나섰다. 해경은 예인이 끝나면 항구 내에서 수중수색한 뒤 어선을 인양할 계획이다. 해상 표류 가능성도 열어 두고 해상에 함정과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예인 중에는 구조활동을 못하고 이탈방지망으로 둘러싸서 양포항에 도착해 정밀수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유족들은 오열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만난 우 선장 부인은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한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60년 된 뱃사람으로 선장이 된 지는 40년이 훌쩍 넘었다. 우 선장 부인은 “당신 없이는 집에 못 간다”며 차가운 주검이 된 남편을 향해 목 놓아 통곡했다. 70대 선원 박모씨 빈소는 울산대병원에 마련됐다. 이들 한국인 3명은 모두 경주 감포지역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 4명의 주검은 경주와 울산, 포항 병원에 안치된 상태다.
해경은 수색과 별도로 모래 운반선 관계자를 대상으로 전방주시 소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모래 운반선이 포항 구항에 입항하면 선장과 선원들 신병을 확보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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