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으로 청소년도 정권에 영향받아”
“우리 손으로 뽑지 못했지만 우리 손으로 뽑아내길 바랍니다.”
청소년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소속 활동가 빈둥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의견을 이같이 대독하는 것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체감 온도 영하권의 날씨에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지음’ 활동가 등 30여명은 한데 모여 퇴진 손팻말을 들었다.
시국선언문에는 단체 예측치인 1000명을 한참 넘어선 청소년 4만9052명이 4일간 서명을 통해 동참했다. 19세 이상 성인 950명과 지지단체 123곳을 포함하면 총참여자 수는 5만2명이다. 단체에 따르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청소년 시국선언 규모가 5만명을 돌파한 건 사상 최초다. 난다 지음 활동가는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시국선언에는 청소년들이 개인 외에도 청소년모임, 학생자치모임 등의 명의로 참가했다. 특정 학교 동아리 외에도 학생회 명의로 참여한 곳은 경기 분당 지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 ‘블루’, 성미산학교 학생회, 용화여자고등학교 제35대 학생자치회 한빛을 비롯해 8곳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8529명, 경기 1만8312명, 인천 3620명, 강원 1280명, 충북 1165명, 충남 1553명, 세종 481명, 울산 1227명, 경북 1175명, 경남 335명, 대구 1363명, 부산 3025명, 전북 1481명, 전남 840명, 광주 1382명, 제주 717명이 이름을 올렸다.
빈둥 지음 활동가는 시국선언 합류의 배경으로 “글로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하다”며 “우리가 이 거리로 나온 것은 지난 12년을 쓸모없었던 세월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토록 싫어해 온 부끄러운 어른들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가 우리에게 가르쳤고 우리는 배웠다. 왜 군사독재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지, 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지, 소수자에게 연대하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갈 줄 알아야 하는지”라고 덧붙였다.
수영 아수나로 활동가도 “청소년들은 정치로부터 분리된 이들도,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그 영향에 더욱 극단적으로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계엄 전부터 윤석열 정권의 강력한 영향권 속에 있었다.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만화가 경고를 받았고, 청소년의 인권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정권은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 하고 청소년 여성 예산을 지우고 삭감했다”며 “12·3 계엄 선포 사태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관용의 결과를 마주한 것으로, 이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더 나은 세상에는 청소년과 여성을 향한 존중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청소년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제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에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자격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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