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와 무관 ‘방어’ 명분 소멸 평가
與, 6시간 마라톤 의총 끝 표결 참여
박찬대 “내란 진두지휘 우두머리”
與, 탄핵안 제안 설명 때도 ‘무반응’
14일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2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본회의 문턱을 넘어갔다. 앞서 탄핵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7명이었지만, 이날 ‘부결 당론’을 유지했음에도 이보다 5명 더 윤 대통령 탄핵에 힘을 보탠 셈이다. 기권·무효표를 포함한 여당 이탈표는 최대 23표다.
◆與 투표·尹 담화가 결정적
이번 탄핵안 가결은 지난 7일 1차 표결과 달리 국민의힘이 집단 불참하지 않고 투표장에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장시간 의총을 통해 결정한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에 들어간다, 당론은 (탄핵안) 부결한다”고 밝혔다.
부결 당론이 유지됐지만, 탄핵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수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차 표결 당시 국민의힘은 이탈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탄핵 반대·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표결 이틀 전 이뤄진 윤 대통령의 ‘12·12 대국민담화’ 역시 탄핵안 가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탄핵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며 ‘질서있는 퇴진’에서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며 자진 하야를 거부했다. 이에 당내에서도 계파를 가리지 않고 사실상 탄핵 방어 명분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본회의에서 “윤석열은 내란을 진두지휘한 우두머리”라며 20여분간 탄핵안 제안 설명을 하는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개표 과정에서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한 의원들의 모습이 보이며 초조함이 느껴졌다.
◆與, 韓 찬성에도 반대 목청 높여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까지 ‘탄핵 반대’ 당론에 대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장 당 ‘투 톱’인 한동훈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도 각각 탄핵 찬성, 반대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제 뜻은 우리 국민과 의원들에게 이미 분명하게 말씀드렸다”면서 “오늘은 우리 모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국회 본청 앞에서 이틀째 탄핵 찬성 1인 시위를 벌인 김상욱 의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고했고, 김 의원을 만나서도 탄핵을 반대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탄핵안 표결과 찬반 당론 채택 여부를 두고 마라톤식 토론을 이어갔다. 의총장을 오가는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의 고난이 재차 현실화할 것을 예감한 듯 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의총장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30분가량 막간의 휴식을 취한 뒤 토론을 거듭했다.
이날 의총에선 친윤계와 중진·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조경태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찬성하는 분들은 결심이 섰기 때문에 침묵하고, 반대하는 분들이 설득을 하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개적인 탄핵 반대 메시지도 쏟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무도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고, 강명구 의원은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계엄을 내란죄로 단정짓고 탄핵하겠다는 것을 국회의원으로서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與 압박하며 표정 관리한 野
민주당은 표결에 앞서 여당에 찬성표를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난국을 극복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윤 대통령 탄핵이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의원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궤멸을 바라지 않는다면 탄핵에 동참하기 바란다”(염태영 의원), “지금이라도 탄핵에 동참해 민주주의 정당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달라”(정진욱 의원)며 여당을 압박했다.
탄핵안 가결을 낙관하면서도 표정 관리를 하는 분위기도 읽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표정은 물론 농담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마치 ‘정치적 호재’를 만난 것처럼 외부에 비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실제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표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탄성에 가까운 환호 소리가 짧게 나왔다.
다만 본회의 개회 30분을 앞두고 열린 의총에서는 들뜬 모습이 포착됐다. 당직자들은 소속 의원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지참한 채 의총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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