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당했음에도 상복 차림으로 국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에게 시민들의 추모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부친 빈소에 놓인 한 특별한 근조화환이 공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 고양시 일산에 마련된 아버지 빈소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근조화환에는 왼쪽 리본에 ‘아드님께서 민주주의를 지킵니다’, 오른쪽 리본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보통 근조화환에는 보내는 이의 이름이나 직함, 소속 등이 기재되지만, 이 화환의 발신자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해당 사진과 함께 “이른 아침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고 오후에 탄핵 표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 조화를 발견했다”며 “큰 위로를 받은 듯 울컥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많은 분께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장례식에 조문 와주신 분들뿐 아니라 제 SNS, 유튜브, 기사 댓글을 통해서도 넘치는 위로를 받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는 “아버지께서도 오늘 아들이 보낸 하루 끝에 ‘수고했다’며 기뻐하시며 떠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 모든 여정에 함께해 주시는 동료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부친은 12·3 비상계엄 사태 며칠 전 노환으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부친의 위중한 상태를 알리지 않은 채 국회 비상대기에 임했으며, 표결 당일 오전에야 부고를 전했다. 이 의원은 검은 상복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한 표를 던졌다.
그는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하며 “열흘 넘게 국회 비상대기로 의원회관 소파나 본회의장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며 병환 중인 아버지 곁을 지키지 못한 것이 자식 된 도리로 무겁고 죄스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지원한 혐의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석방 직후 사망했다.
그는 “당시 할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한 외삼촌의 증언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고문과 옥고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석방 직후 사망하셨다”며 “사상범의 가족이 연좌제의 고초를 겪을 것을 염려한 집안 어른들은 인적이 드문 선산 가장 위쪽에 할아버지를 매장하고 사망 사유를 철저히 숨겼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아버님이 평안한 마음으로 좋은 곳에서 쉬실 수 있을 것 같다”, “훌륭한 아드님 덕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있다”는 등 응원과 추모의 댓글을 남기며 함께 마음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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