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딸 앞에서 옛 연인 살해… ‘스토킹 살인범’ 징역 30년 확정

1심 징역 25년… 2심서 형량 늘어
대법 “刑 부당하지 않아” 원심 확정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 어머니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설모(31)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의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 선고형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복도에서 스토킹하던 전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해를 시도한 30대 남성이 지난해 7월 28일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설씨는 지난해 7월17일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전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을 막으려던 A씨의 모친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양손과 손목 등을 크게 다치게 했고, 6세였던 A씨의 딸은 할머니를 찾으러 나왔다가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

설씨는 1년가량 교제한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를 폭행하고 스토킹을 일삼았다. 설씨는 지난해 6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두 달간 A씨에 대한 접근금지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으나, 약 한 달 만에 이를 어기고 범행을 저질렀다.

설씨는 자신을 스토킹 범죄로 경찰에 신고한 데 대한 보복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씨는 “보복 목적이 아니었다”고 1심에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범행이 계획적이고 잔인한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선고형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며 형량을 30년으로 높였다.

해당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교제폭력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올해 7월 항소심 선고 후 유족 측은 “이 재판에서 가장 허무한 건 열심히 싸웠지만 (A씨가)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국회를 향해 입법을 촉구했다.

윤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