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무단횡단하던 90대 노인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40대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8단독(판사 이미나)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8일 오전 5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도로에서 보행자 B씨(91)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B씨는 적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가 무단으로 도로를 횡단할 것을 예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또한 사고 당시 일출 전으로 어두웠고 장소가 횡단보도가 아닌 벗어난 차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로의 2차선과 3차선에서 운행하던 차량들이 주행 신호에 따라 교차로를 먼저 통과했고 피고인은 뒤따라 통과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시 피해자는 어두운 옷을 입고 횡단보도를 벗어난 차도에서 무단횡단하던 중 차량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차로 초입부 횡단보도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철재 펜스로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었다”며 “인정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은 제한 속도인 시속 50km를 넘었지만 시속 20km를 초과해 과속하지 않았던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피고인이 제한 속도를 준수했더라도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중앙분리대가 있는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가 있는지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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