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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탄핵정국에 ‘저성장 늪’ 우려… “펀더멘털 키워야” [2025 신년특집-한국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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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1 07:00:00 수정 : 2025-01-01 10: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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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리더십 부재 등 불안 요소
“잠재성장률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 커”
올 경제성장 전망치 줄줄이 하향 조정

전문가 “구조개혁·정책방향 전환” 강조
“확대재정·금리인하 등 금융 정책 완화
신성장동력 산업 창출 등이 관건 될 것”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불안은 안 그래도 1%대 저성장에 발목이 잡힌 한국 경제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기관은 2025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중 무역갈등 심화가 예상된 만큼 수출 둔화 우려가 갈수록 커졌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며 ‘저성장의 늪’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나마 해소되며 최악의 상황은 면한 만큼 앞으로 구조 개혁과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를 이뤄낼 수 있는 정책 기조를 새로 마련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5년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지난 9월 2.2%에서 2.1%로, ADB도 같은 기간 2.3%에서 2.0%로 각각 낮췄다.

앞서 지난 11월5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비상계엄 전까지 발표된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2.0%, 한국은행 1.9% 등 2% 전후로 예측됐다.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예기치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면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를 통해 “2025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 23일 “내년도 성장 전망은 여러 하방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하향이 불가피한데, 잠재성장률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우리나라 경제 잠재성장률이 연 2%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악영향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최소 몇 달간 국내 최고 리더십이 부재한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1월20일(현지시간)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낼 경제 현안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 권한대행도 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과는 달리 대외적으로 불리해진 통상환경과 중국 등과의 글로벌 경쟁체제 심화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치적 혼란 이전에도 국내 제조업이나 중화학공업 등 산업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같은 신흥국에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현실화하는 와중이었던 만큼 성장 하방 압력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내수 침체와 구조적 한계, 한국 경제 돌파구는

장기화한 내수 부진과 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장기 침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내수경기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4년 3분기 100.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 이래 10개 분기째 감소세이며,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비상계엄 사태 후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면서 변동성이 커진 데 따라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역시 매출 감소 등에 시달리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가 풀려야 같이 나아질 것”이라며 “(장기 침체 돌입 여부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지만, 정치 혼란이 얼마나 갈 것인지,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얼마나 끄집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결국은 확대재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야당에서 이미 내년 감액 예산을 결정해 놓고 추가경정예산을 하자는데 얼마나 효과를 가질지, 적시에 정책이 실행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일종의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빠른 시일 내 확대재정과 동시에 금리 인하 등 금융정책 완화도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개혁하고 그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가 생산력 저하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 데다 최근 몇년간 기초 연구·개발(R&D) 투자마저 부족한 가운데 현 정부는 기업 감세 중심 정책에 치중해 경제 펀더멘털 약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에 집중하면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단단한 체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처럼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와 감세 중심 정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을 활용해 취약 계층과 산업을 강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생태계 전체를 강화하는 방향의 경제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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