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도운 대가로 러시아에서 전투기를 지원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과거 러시아는 ‘불곰사업’을 통해 한국에 전차와 장갑차, 헬기, 공기부양정, 대전차미사일 등을 공급했다.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들 무기는 한국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때 참고자료 역할을 했고, 미군은 이를 통해 러시아산 무기의 기계적 특성을 익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는 북한과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포탄과 중화기, 병력을 러시아에 지원하자 러시아는 전투기를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할 정도로 북·러 밀착이 고도화되는 모양새다.
전투기 공급이 현실이 된다면, 북한 공군 전력이 강화되면서 한국 공군에도 새로운 위협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주려는 전투기는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4세대 전투기인 미그-29와 수호이-27을 지원받기 위해 협상 중이며 일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퍼파로 사령관은 미그-29와 수호이-27 전투기가 러시아에서 신형 기종은 아니지만 여전히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처음 모습을 드러낸 미그-29는 전선 지역에서의 공중전과 지상지원을 위해 개발된 기종으로 항공 작전에 초점을 맞춘 수호이-27을 보조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당시 미국은 고성능 기종으로 공중전에 초점을 맞춘 F-15, 공중전 보조나 지상지원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저가 F-16 전투기를 함께 운영했다. 옛소련도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수호이-27과 미그-29를 개발해서 배치했다.
미그-29는 중·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등을 탑재한다. 등장 초기에는 공개된 정보가 부족해서 성능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했다. 옛소련도 우방국에 미그-29를 대량 지원하면서 이같은 공포를 부추겼다.
하지만 지상 관제소의 통제를 받아 전투를 벌이는 옛소련식 항공작전은 해외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기체 성능도 예상보다 떨어졌다. 제1차 걸프전과 유고 내전에서 미군 전투기를 상대로 별다른 전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격추됐다.
이에 따라 미그-29는 초기에는 러시아와 북한 등에서 사용됐지만, 수호이 계열 전투기가 등장하면서 러시아에선 해군 항공모함과 공군 특수비행팀 외에는 사용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북한이나 세르비아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지만 러시아 공군형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러시아에선 미그-29의 레이더, 엔진, 전자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무장을 강화한 기종을 선보이고 있지만, 수출 실적은 크지 않다.
미국도 1997년 몰도바에서 미그-29를 구입, 적성장비 연구용으로 사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미그-29를 운용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전에 보유했던 물량 외에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에서 넘겨준 기체까지 투입해서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
공중전 외에도 미군 대레이더 미사일(HRAM)을 체계통합해 러시아군 레이더를 공격하기도 하고, 폭탄을 투하해 지상군을 지원하기도 한다.
1980년대부터 생산된 수호이-27은 장거리 요격기로 개발됐다. 기체 외부에 연료탱크를 장착하지 않고 내부에 연료를 탑재하는 방식을 사용해서 전투기가 대형화됐다. 미군 F-15보다도 더 크다.
최대 3500㎞의 항속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러시아 최강 전투기로 평가받았다. 특히 서방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코브라 기동’을 펼쳐 서방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과 소련 붕괴에 따른 경제난으로 성능개량이 이뤄지지 않다가 2000년대에서야 동시다목표 공격능력 등이 추가됐다.
현재는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최신형인 수호이-35가 개발되어 세계 무기 시장에 발을 들였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투입되고 있다.
◆노후 기종 대체…한국에 위협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미그-29와 수호이-27을 지원받는다면 군사력을 그만큼 강화할 수 있다. 미그-29와 수호이-27은 러시아 기준에선 최신 기체는 아니지만, 북한 공군에는 귀중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공군력은 항공기 노후화로 실질적인 전투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냉전 종식 이후 공식적인 루트로 전투기를 도입하지 못했다.
북한 공군이 보유한 것 중 최신형은 미그-29 전투기와 수호이-25 공격기다. 평양에서 열린 각종 열병식에서 등장해 비행을 한 바 있다. 이를 제외하면 중국산 H-5 폭격기와 옛소련산 미그-17·19·21 등 구식 기종뿐이다.
1990년대 카자흐스탄에서 미그-21 30대를 비밀리에 도입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이후에는 전투기 도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투기 거래는 국가간의 전략적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므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에 전투기를 공급하려는 국가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포탄과 탄도미사일, 자주포, 병력까지 지원하는 북한에 러시아는 전투기를 공급할 태세다.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전투기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그-17·19를 비롯한 낡은 전투기와 더불어 일부 미그-21까지 미그-29와 수호이-27로 대체할 수 있다면 북한 공군은 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러시아의 최신 전투기인 수호이-35나 스텔스기인 수호이-57이 제공되지는 않지만, 기존에 북한이 보유한 기종보다 우수하다는 점에서 남북 공군력 격차를 줄이는 효과는 있다.
특히 노후 기종으로 꼽히는 한국 공군 F-5E는 북한 공군을 상대로 우위를 차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전투기와 더불어 북한에 공급될 항공무장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산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에 맞서고자 개발한 R77 미사일이 북한에 공급된다면, 북한 공군의 항공전 능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R77은 미그-29 등에 쓰이던 R27보다 명중률과 사거리 등이 향상된 미사일이다. 자체 레이더와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을 추적한다. 높은 수준의 기동성을 갖추고 있다.
북한도 새로운 종류의 지대공·공대공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징후가 포착된 바 있어서 러시아의 우수한 항공무장을 북한이 확보한다면 전력 증강과 기술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 공군 전투기 유지·보수나 성능개량을 지원하기만 해도 각 기종별 가동률이 상승하게 된다. 전투기 가동률 상승은 공군전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한 부품 공급과 인력 교육 지원 등도 북한에게는 효과적인 지원책이다.
러시아의 지원이 현실화되면, 북한은 평양 상공 방어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군은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를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평양 상공으로 침투할 한·미 항공기나 무인기를 요격하고 순항미사일 공격을 차단하는 것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다만 미그-29와 수호이-27의 북한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에서는 미그-29와 수호이-27 생산이 중단됐다. 장기간 보관하던 물량을 제공해도 정비가 필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에 당장 제공할 수 있는 재고가 얼마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다른 기종을 제공하거나 군 현대화에 필요한 군사기술을 북한이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개조개발과 더불어 통합방공망 구축 등도 포함될 수 있다.
특히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잠수함 관련 기술은 북한 핵능력 고도화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라 북한이 제공받기를 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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