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을 인출해 부동산 자금으로 활용한 직장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리가 2022년보다 작년에 높아지면서 대출 비율을 줄이고 퇴직연금 등을 동원해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가운데 30대 남성의 퇴직연금 예금 해지 후 주택 구매가 두드러졌는데,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장만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21일 통계청의 2023년 퇴직연금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는 전년 대비 28.1% 증가한 6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인출금액도 2조4000억원으로 40.0% 늘었다.
연령별로 30대(42.4%)가 가장 많았고, 40대(33.3%)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73.3%)이 여성을 크게 웃돌았다. 10명 중 8명은 중도인출 이유가 주거 목적(주택 구입 52.7%, 주택 임차 27.5%)이었다. 20대 이하는 ‘임차’, 다른 세대는 ‘구입’ 목적이 대다수였다.
결혼·육아 세대인 30·40세대에는 은퇴 이후까지 퇴직연금을 예금에 맡기고 기다리는 것보다 부동산 투자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운용은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이 80.4%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 비율은 12.8%에 불과하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내년 중반 이후 주택 매매가격이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를 통해 거래를 막아놓았지만 억눌려 있던 주택수요와 누적된 주택공급 부족, 금리인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향추세가 맞물리면서 내년 중반기부터 주택가격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현재) 등 강력한 대출규제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주택가격 폭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종대 주산원 원장은 “탄핵결정이 빨리 나면 주택거래 관망기간이 짧아지면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문제는 대출규제”라며 “대출을 막아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배탈이 난 사람을 ‘먹지말라’며 굶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주산연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5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주산연에서 발표한 주택은 아파트와 빌라 등 비(非)아파트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아파트만 별도로 분석한 수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주산연은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3월에 상승전환한 후 7~8월에는 월 1%가 넘는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으며, 최근들어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으나 10월에도 0.3%상승했다고 밝혔다. 주산연에 따르면 서울의 1~11월 누적 매매가격은 4.6%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에 자금 유동성이 증가하기 시작했던 지난 2020년 상승률(3.0%)보다 높은 수치다.
주산연은 내년 전망을 서울 주택가격은 연간 기준 1.7% 상승하며,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은 0.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방의 하락폭(-1.4%) 커지면서 전국 지표는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예측결과는 경제성장률과 주택수급지수, 금리변화 등을 반영해 산출했다.
주산연은 향후 공급부족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주산연에 따르면 올해 1~10월 착공물량은 21만8000호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수치다. 분양물량도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한 18만2000호로 올해 총 착공·분양·준공 물량 자체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인허가 물량이다. 올해 같은 기간 인허가 물량은 24만5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9.1% 감소했다. 여기에 착공, 분양, 준공 물량을 모두 포함하면 내년 공급물량은 평균 대비 30%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서 원장은 “올해 착공이 늘어난 것은 작년, 재작년, 또 그 이전에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물량들이 몰아서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3년 전에 착공한 아파트가 이제 준공되니까 올해까지는 공급물량이 많이 줄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공급부족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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