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세 번째로 출석을 요구했다.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오는 29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3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공조본은 2차 출석 요구 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에 특급 우편(익일배송)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총무비서관실과 부속실에 전자 공문도 보냈다.
출석요구서에는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시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과 25일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공조본 요구에 별도 회신 없이 불응했다.
당시 전자공문은 열람하지 않았고 우편물은 수취 거절 또는 수취인 불명 처리됐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다.
윤 대통령의 측근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4일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조사에 응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에 앞서 충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자진 출석 기회를 더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근저에 깔린 적법절차 원리에 따라 절차적 흠결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에 대해 세 차례 출석 요구를 하며 타당한 이유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일각에서는 만약 윤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약 열흘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점, 특검이 출범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공수처가 수사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체포영장 집행은 사실상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사전에 충분한 법리 검토나 조사가 돼 있어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되는 측면이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권은 없다.
따라서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넘겨야 하는데, 이런 경우 구속 기간은 공수처와 검찰이 합쳐 20일을 넘지 않도록 하고 기본적으로 각각 10일가량씩 피의자를 수사하기로 대검찰청과 협의한 상태다.
이런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출석하기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나 공소장, 여타 참고인들의 진술조서 등 검찰 수사기록을 먼저 확보해 혐의를 다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내란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인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내란 특검법이 시행되면 다음 달 중 특검이 출범하게 되는데, 그 전에 윤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다면 특검이 수사할 대상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특검 출범 시기에 따라 공수처가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길지, 특검에 넘길지도 달라진다.
다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조사할 준비는 이미 충분히 돼 있고, 특검을 염두에 두고 수사 일정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2차 소환 불응 하루 만에 곧바로 사흘 뒤인 29일 출석을 요구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약 윤 대통령이 3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하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도 공수처를 찾아 윤 대통령 구속을 촉구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앞서 국회에서 '내란 수괴(우두머리) 구속 수사' 원칙을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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